봄날 철창에 기대어 / 김남주(金南柱)
봄이면 장다리밭에
흰나비 노랑나비 하늘하늘 날고
가을이면 섬돌에
귀뚜라미 우는 곳
어머니 나는 찾아갈 수 있어요
몸에서 이 손발에서 사슬 풀리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요 우리집
그래요 어머니
귀가 밝아 늘상
사립문 미는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식인 줄 알고
문을 열어주시고는 했던 어머니
사슬만 풀리면 이 몸에서 풀리기만 하면
한걸음에 당도할 수 있어요 우리집
장성 갈재를 넘어 영산강을 건너고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영암이라 월출산 천왕 제일봉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찾아갈 수 있어요
조그만 들창으로 온 하늘이 다 내다뵈는 우리집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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