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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봄날 철창에 기대어 / 김남주(金南柱)

by kimeunjoo 2011. 4. 22.

 

 

 

 

 

 

봄날 철창에 기대어 / 김남주(金南柱)

 

 

봄이면 장다리밭에

흰나비 노랑나비 하늘하늘 날고

가을이면 섬돌에

귀뚜라미 우는 곳

어머니 나는 찾아갈 수 있어요

몸에서 이 손발에서 사슬 풀리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요 우리집

 

그래요 어머니

귀가 밝아 늘상

사립문 미는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식인 줄 알고

문을 열어주시고는 했던 어머니

사슬만 풀리면 이 몸에서 풀리기만 하면

한걸음에 당도할 수 있어요 우리집

 

장성 갈재를 넘어 영산강을 건너고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영암이라 월출산 천왕 제일봉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찾아갈 수 있어요

조그만 들창으로 온 하늘이 다 내다뵈는 우리집

 

 

 

 

솔직히 말해서 나는  /  김남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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