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음 / 임보
저 나그네 누구인가?
어디서 본 듯도 한 낯선 사내
머리는 세고
이빨은 다 무너진 채
오래 헤어졌다 문득 나타난
어린 시절의 친구 같은―
먼 길을 걸어온 듯
우수 어린 눈빛도
아프구나
아,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문득 이 아침 나를 내다보고 있는
거울 속의 저 사내.
짝사랑 / 임보
내 전생에 너를
얼마나 울렸기에
한평생 날 붙들고
잠 못 들게 하는가
사랑은 행복이 아니라
형벌일레
보이지 않는 끈으로
영혼을 묶는
四月이 오면 / 임보
四月이 오면
세상살이 지친 몸 잠시 멈추고
아내와 함께 먼 고향에 가리
아침의 맑은 이슬 적시며 들길을 걸어
둥지 속 종달새 단잠도 깨워 가며
발대 가득 두엄 지고 흥얼흥얼 밭으로 가리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른 아침 연기
향긋한 냉이국 냄새에 침을 삼키며
살결보다 고운 흙에 씨앗을 심으리
더덕밭에 더덕순 다투어 돋고
온 산천 진달래로 붉게 탈 적에
아버님은 장보러 장에 가시고
어머님은 산나물 산에 오르고
아이들은 물고기와 물에서 놀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정겨워 웃던
그러한 옛 마을을 꿈꾸며 꿈꾸며 가리
四月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는 따스한 四月이 오면
아들놈 손을 잡고 고향에 가리
날짐승 길짐승 곤충이며 벌레
산천초목의 싱그런 새싹들―
천만의 생명들이 눈부시게 엮어낸
부활의 봄교향악을 온종일 들으면서
이러한 얘기도 조용히 들려 주리
네 애비의 젊은 날엔
어둠에 묻힌 세상을 끌어올리려고
아까운 청춘들을 이 땅에 묻었던
어느 아픈 四月도 있었노라고….
자운영 꽃밭 / 임보
저 시방정토 밝은 세상에
웬 연등들을 저리 내 걸었나?
팔만 보살님들
붉은 가슴들을 열고
젖 보시 경쟁이다
모여든 꿀벌들
야단법석
왁자한
극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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