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다가 쓴 시 / 이생진
-왜 시를 쓰지
“사랑 하기 때문에…”
시는 사랑이야
연애편지를 쓰다가 시인이 된 사람이 많아
사랑 없이 사는 사람은 호미 없이 밭을 매는 일이지
풀 뽑기 힘들고 거두어드릴 게 없으니 재미 없고
그렇다고 달콤한 것만은 아냐
처음엔 즐겁고 반갑고 기쁘다가
외롭고
쓸쓸하고
서글픈 거
연애는 사라지고 흉터로 남은 것이 시지
시는 사랑의 인고에서 얻어지는 소득이야
너도 목숨을 걸고 사랑해봐
시가 절로 나올 테니
(너보고만 이야긴데)
나도 연애하다가 시를 썼어
사랑했다는 사실 / 이생진
사랑에 실패란 말이 무슨 말이냐
넓은 들을 잡초와 같이
해지도록 헤맸어도 성공이요
맑은 강가에서
송사리 같은 허약한 목소리 로
불러봤다 해도 성공이요
끝내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만 타는 나무에 매달려
가는 세월에 발버둥쳤다 해도 성공이요
꿈에서는 수천 번 나타났다
생시에는 실망의 얼굴로 사라졌다 해도 성공이니
기뻐하라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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