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 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고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행복한 기다림 - 이해인 (0) | 2011.03.28 |
|---|---|
| 저 물푸레나무 어린 새순도 - 안도현 (0) | 2011.03.28 |
| 사람을 찾음 - 임보 (0) | 2011.03.27 |
| 사람을 찾음 - 임보 (0) | 2011.03.27 |
| 만남과 이별 - 조병화 (0) | 2011.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