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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시인뜨락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by kimeunjoo 2011. 3. 17.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 노산 이은상(1903.10.22~1982.09.18)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1918년 아버지가 세운 마산 창신학교 고등과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다니다가 1923년 그만 두고 창신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다가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 사학과에서 공부했다. 일본에 잠시 머물며 월간지 “신생”의 편집을 도왔고, 귀국한 뒤로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를 지낸 뒤 동아일보, 조선일보에서 근무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구금되었다가 이듬해 풀려났으며, 1945년에는 사상범 예비검속으로 광양경찰서에 갇혀 있다가 해방이 되어 풀려났다. 같은해 호남신문사 사장을 지냈고, 1950년 이후 청구대학(현재 영남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고, 1959년부터 충무공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회장, 안중근 의사 숭모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1967년 시조작가협회장과 한글학회 이사를 지냈고, 1969년 독립운동사편찬위원장, 1972년 숙명여자대학교 재단이사장이 되었다. 1970년 경희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 1974년 연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총력안보국민협의회 의장, 시조작가협회 종신회장, 1978년 예술원 종신회원으로 추대되었고, 1981년 국정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1982년 사망하였고,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져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1963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69년 대통령상, 1970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 1973년 516민족상 등을 수상했다. 노산 선생은 다양한 삶을 살다 가신 분이다. 그는 사학가요 수필가요 시조작가였다. 처음에는 시조는 문학이 아니라고 낮추어 생각하던 노산이 본격적으로 시조작가로서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1926년 후반에 일어났던 시조부흥운동 이후였다. 그의 시조는 평이하고 기발한 표현으로 인간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향수와 감상과 무상과 자연예찬을 노래하였다. 이러한 그의 서정성이 우리 가곡에 걸맞아 인구에 회자하는 주옥같은 노래 “고향생각”, “가고파”, “성불사의 밤” 등 수많은 시들이 지금까지 국민 가곡으로 애창되고 있다. 광복 후 그의 시조는 국토예찬, 조국분단의 아픔, 통일에의 염원, 우국지사들에 대한 찬양 등 개인서정보다 사회적인 면에 치우쳐 있어 국토 어디에 가나 서도가 김충현과 함께 그의 노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산에 그의 시조를 새긴 가고파 노래비가 있어 노산을 기리고 있다. 아래에 노산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가고파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나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엣 즐거움은 아무 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人生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 없고 단 잠 들어 죄 없은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 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 동무 노 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 바다 물을 따라 나명 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또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거나 깨끗이도 깨끗이 봄처녀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眞珠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냥 나가 물어 볼까나 성불사의 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댕그렁 울릴제면 또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젠 또 들리라 소리나기 기다려서 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이뤄하노라 옛 동산에 올라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팡이 도로 짚고 산기슭 돌아서니 어느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고향생각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숙으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오 배 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기뭉기 때묻은 소매를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그 집 앞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그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갑니다 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내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동무생각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뛸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 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멀리 성궁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금강에 살으리랐다 금강에 살으리랐다 금강에 살으리랐다 운무(雲霧) 데리고 금강에 살으리랐다 홍진(紅塵)에 썩은 명리(名利)야 아는 체나 하리오 이 몸이 쉬어진 뒤에 혼이 정녕 있을진댄 혼이나마 길이길이 금강에 살으리랐다 생전에 더럽힌 마음 명경같이 하고저 장안사(長安寺) 장하든 금전벽우(金殿碧宇) 찬재되고 남은 터에 이루고 또 이루어 오늘을 보이도다 흥망이 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 苦難의 운명을 지고 歷史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高地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心臟만 남거들랑 부등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너라고 불러보는 祖國아 너는 지금 어드메 있나 누더기 한 폭 걸치고 土幕 속에 누워 있나 네 소원 이룰 길 없어 네 거리를 헤매나 오늘 아침도 수없이 떠나가는 봇짐들 어디론지 살길을 찾아 헤매는 무리들일랑 그 속에 너도 섞여서 앞 山 마루를 넘어왔나 너라고 불러보는 祖國아 落照보다 더 쓸쓸한 祖國아 긴긴 밤 가얏고 소리 마냥 가슴을 파고드는 네 이름아 새 봄날 桃李花같이 활짝 한 번 피어주렴 오륙도 五六島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 두 섬이 맑으신 날 오륙도라 흐리락 맑으락 함에 몇 섬인 줄 몰라라 취하여 바라보면 열 섬이 스무 섬이 안개나 자욱하면 아득한 빈 바단데 오늘은 비 속에 보매 더더구나 몰라라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도 그리운 옛 님은 아니뵈네 들국화처럼 애처롭고 갈꽃만 바람에 날리고 마음은 어디고 붙일 곳 없어 먼 하늘만 바라본다네 눈물도 웃음도 흘러간 세월 부질없이 헤아리지 말자 내 가슴에는 그대 있어 그것만 지니고 가자꾸나 그리워 그리워 찾아와서 진종일 언덕길을 헤매다 가네 이 마음 거닐다 깨달으니 몸이 송림에 들었구나 고요히 흐른 달빛 밟기 아니 황송한가 그늘져 어둔 곳만을 골라 딛는 이 마음 개나리 梅花꽃 졌다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 마음 거닐다 깨달으니 몸이 송림에 들었구나 고요히 흐른 달빛 밟기 아니 황송한가 그늘져 어둔 곳만을 골라 딛는 이 마음 나무에 몸을 지혀 눈감고 섯노랄 제 뒤에서 나는 소리 행여나 그대신가 솔방울 떨어질 적마다 돌려보는 이 마음 슬픈 행장 피를 먹은 능선과 능선 아우성 삼킨 골짜기다 안개는 저기 몇 번 덮이고 흰 눈은 저기 몇 번 쌔던고 오늘은 비 속에 엎딘 산 들 슬픈 행장을 씻는다 밤 검은 박쥐떼 같이 밤은 날개를 펴고 회한은 파도같이 일어 가슴 기슭을 부딪는다 수묵색 짙은 안개 속에 외로운 나의 항로여 옥문인 양 닫혀진 가슴 적막한 빙산처럼 쌔고 추억이란 한 모금, 한 모금 쓰디쓴 약맛 같구나 바위냐 고목 등걸이냐 멍하니 앉은 모습이여 산에는 이 밤에도 부엉이가 밤을 샐거다 우리도 쪼그리고 앉았다 나랑 겨울밤이랑 모두 다 잠을 잃어버린 슬픈 족속들이다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설움에 두 눈을 그에 적시고야 마나 세월의 파편을 안고 밤이 역겨워 내다본다 지금쯤 산 너머 어디 태양이 솟고 있을 거다 새 지도를 그려본다 인간의 역사란 묘표도 없는 옛 무덤 폐허의 남은 지역마저 산불처럼 타고 있다 어디서 조종소리라도 들려 올 것만 같다 산도 끝났네 물도 다했네 다만 빈 하늘 빈 바다 빈 마음 시인은 막대 끝으로 새 지도를 그려본다. 가람의 무덤을 찾아 옛 집에 옛 뜻을 지녀 옛 사람처럼 사옵다가 세상이 지루턴가 눈을 문득 감더니만 흙이랑 풀이랑 쓰고 얼굴마저 가렸구려 집 뒤 아기 대밭 대밭 너머 무덤이라 잠깐 뒷방으로 옮겨 누우신 건가 이따금 기침을 하면 귀를 돌릴 자리에 님 심은 산수유 백목련 앙상한 가지 끝에 봄바람 불어오면 꽃 피고 잎 퍼지리 저 뒷날 찾아오는 이 슬픈 생각 더하리 쓸쓸한 저녁이다 쓸쓸한 저녁이다 산으로 오를까나 올라서 마른 나무와 나란히 서 볼까나 석양에 여윈 그림자보고 싫건 울어 볼까나 문닫고 꿇어앉아 옷깃을 바로 하고 노래를 읊을까나 어려운 글 찾아볼까 뒤끓는 온갖 시름을 쓸어 눌러 볼까나 철없는 어린것이 달려와 웃는구나 오냐 네 눈에야 내 괴로움 웨보이나 껴안고 얼굴돌리니 마음 더욱 아파라 그리움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百千길 바다라도 닿이는 곧 있으리만 님 그린 이 마음이야 그릴수록 깊으이다 하늘이 땅에 이었다 끝 있는 양 알지 마소 가보면 멀고멀고 어디 끝이 있으리오 님 그린 저 하늘같아 그릴수록 머오이다 깊고 먼 그리움을 노래 위에 얹노라니 情懷는 끝이 없고 曲調는 짜르이다 曲調를 짜를지라도 남아 울림 들으소서 사랑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대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는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半타고 꺼질진대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소경되어지이다 뵈오려 안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되어지이다 밤 빗소리 천하 뇌고인(惱苦人)들아 밤 빗소리 듣지 마소 두어라 이 한 줄밖에 다 써 무엇하리오 위 두개의 시조는 중장을 뺀 양장시조로서 시조사적 가치로도 주목되고 있는 유명한 시조이다. 노산은 초장 중장 종장 삼장으로 되어 있는 시조에 중장을 하나 더 넣어 사장시조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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