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 손현숙
마당 한 복판에 피워놓은
사랑의 모닥불
슬금슬금 달아나는
연기 잡으려다
무릎에 상처가 났다
천막을 친다
도망가지 못 하도록
철통 경비를 세웠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러
견디기 힘든 지경이다
가는 놈은 역시 가야하나보다
남은 불씨를 부채질해
어둠도 추위도 물리치고
사랑의 향기만 남겨둔다
오늘
여명을 위한 그 빛
촘촘히 걸어두리라.
불씨 2 / 손현숙
그대,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마시라.
그런 눈을 하고 내 속을 꿰뚫어
그대, 얼마나 허망한지 괴로운지 외로운지
머리 팍 박고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싶은지
울든지 웃든지 그대, 그렇게 내 가여운 속
허허로운 벌판에 불 활활 지피지는 마시라.
내 속에 낟가리들 한 올 한 올 타올라
그에게 갔다, 그대에게 갔다, 또 누구에게로 갔다,
갈 곳 없이 날아갔다,
돌아올 길 모르는 생판 잡것인 것을.
불붙어 홀랑 다 태워
나 혼자 길 다니던 길마저 태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부랴부랴 등 돌리지 마시고 그대,
그런 눈으로 나와는 눈 마주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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