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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불씨 / 손현숙

by kimeunjoo 2011. 3. 15.

 

 

 

 

 

불씨 / 손현숙

 

 

마당 한 복판에 피워놓은

사랑의 모닥불

슬금슬금 달아나는

연기 잡으려다

무릎에 상처가 났다

 

천막을 친다

도망가지 못 하도록

철통 경비를 세웠다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러

견디기 힘든 지경이다

 

가는 놈은 역시 가야하나보다

남은 불씨를 부채질해

어둠도 추위도 물리치고

사랑의 향기만 남겨둔다

 

오늘

여명을 위한 그 빛

촘촘히 걸어두리라.

 

 

 

 

불씨 2 / 손현숙

 

 

그대,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마시라.

그런 눈을 하고 내 속을 꿰뚫어

그대, 얼마나 허망한지 괴로운지 외로운지

머리 팍 박고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싶은지

울든지 웃든지 그대, 그렇게 내 가여운 속

허허로운 벌판에 불 활활 지피지는 마시라.

내 속에 낟가리들 한 올 한 올 타올라

그에게 갔다, 그대에게 갔다, 또 누구에게로 갔다,

갈 곳 없이 날아갔다,

돌아올 길 모르는 생판 잡것인 것을.

불붙어 홀랑 다 태워

나 혼자 길 다니던 길마저 태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부랴부랴 등 돌리지 마시고 그대,

그런 눈으로 나와는 눈 마주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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