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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사랑글

흐린 날에는.. 나희덕

by kimeunjoo 2011. 2. 5.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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