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전통찻집 '귀천' 문 닫는다
고(故)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73)씨가 지난 8월 별세하면서 주인을 잃은 서울 인사동 전통찻집
귀천(歸天)‘ 1호점이 문을 닫게 됐다. 1985년에 문을 연 지 25년 만이다.
13일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인사동 해정병원 맞은 편에 있는 귀천 1호점은 목씨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해 문을 닫기로 했다.
목씨의 조카 목영선(46.여)씨가 8년 전부터 운영해 온 인사동 귀천 2호점은 계속 운영한다.
1972년 천상병 시인과 부부의 연을 맺은 목씨는 1985년 3월 남편 친구인 강태열 시인에게 300만원을 빌려 전통찻집 '귀천'을 냈다. 귀천은 당시 문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으며, 최근까지 일반 시민 말고도 많은 시인, 묵객들이 쉬었다 가는 공간이었다.
목씨는 '찾아왔다가 문이 잠겨서 돌아가는 손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365일 연중무휴 찻집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씨는 1993년 펴낸 수필집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에서 찻집 귀천을 "집을 제외하고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배가 고팠던 우리 부부에게 밥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삶의 터전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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