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아트리체의 시선은 마치 사람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영원한 원과 같나니, 내 시선은 높은 천체 대신 그녀의 얼굴로만 향하는구나 ." |
단테 알리기에리는 항상 자신을 시인으로 여겼으며, 젊었을 때부터 걸작 『 신곡 (La Divina Commedia)』에 대한 작품을 구상했다. 그리고 장년이 된 1313년 집필에 착수한 지 7년 후에 그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단테는 이 작품을 희극 (Commedia ) 이라고만 칭했는데, 당시에는 행복한 결말을 지닌 문학은 모두 그렇게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숭배자들이 그 앞에 " 디비나 (divina, 신성한) " 를 붙여주었다.
1만 4,233 행의 3운 구법(3행이 1절을 이루는 이탈리아의 시형 - 옮긴이) 으로 이루어진 작품 안에 100개의 노래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도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이탈리아 문학 작품으로 칭송되고 있다.
우리는 단테 자신이기도 한 화자와 함께 저승의 세 영역인 지옥,연옥, 천국을 지나가게 된다. 죄를 졌지만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에 의해서 마침내 구원받게 되는 참회자 단테가 인도를 받고 있다. 매혹적이며 덕성이 높은 베아트리체가 천국에서 안내를 맡는다. 그녀는 단테에게 신의 옥좌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 단테는 도중에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에 심취하여 신학과 철학, 시와 삶과 관련된 심오한 문제들을 논한다. 순례자에게는 마지막에 가서 자비가 베풀어진다. 그가 신을 보고 받은 감명은 자신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놀랍고 압도적이다.
도메니코 디 미켈리노의 그림/1465.
단테가 자신의 작품'신곡'을 가지고 피렌체를 계몽하고 있다. 왼쪽은 지옥, 뒤쪽은 연옥, 천국은 위에 있다.
"여기에서는 고도의 상상력고 힘을 잃노라, 마치 바퀴 하나가 부드럽게 선회하듯이 그렇게 내 의지와 소망의 방향이 바뀌니, 다름아닌 태양과 별들을 선회하는 사랑에 이끌려서구나 ." |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통해서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천국을 통과하면서 그를 안내해 주고 있는 베아트리체는 그의 고해 수녀이자 구원자이다. 그런데 숭고하게 여신으로 승화된 이 여인에 대한 실제 모델이 있었다. 단테는 이웃에 살던 소녀 베아트리체에 반한 적이 있었다. 그가 아홉 살이고 그녀가 여덟 살 때였다. 단테가 1265년 평범한 시민의 아들로 세상에 태어났던 도시 피렌체에는 어린이의 조혼 관습이 있었다. 그래서 아홉살 짜리 소년이 또래 소녀에게 불타는 시선을 던지는 일이 그렇게 엉뚱한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테는 열두 살 때 결혼했을 가능성이 많은데, 상대는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젬마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이 소녀는 그에게 서너 명의 아이들을 낳아 주었다. 베아트리체는 집안을 통해서 바르디라는 이름의 홀아비와 결혼했다. 이 남자는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으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녀는 그를 사랑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단테의 사랑>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작 /1860년.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청소년기 작품인 『신생 』에서도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단테는 여기에서 자신이 그녀
--빨간 옷을 입은 아이-- 를 어떻게 처음으로 보았고, 성인이 된 그녀를 어떻게 느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에게 호의적으로 인사하는 그녀는 하얀 옷을 입은 신부와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다. 전체적 이야기는 욕망, 실망, 은폐, 죽음에 대한 동경, 그리고 정신적 추구로 각인된 깊이 있는 사랑의 체험을 반영하고 있다. 흔들리는 영혼은 구원을 찾고, 그 구원을 명상과 종교적 열광에서 발견하게 된다.
단테가 자신의 삶에서 실제로 사랑을 겪어보지 않고 허구로 이 연애 문학을 지어냈다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도 수많은 해석들은 이 피렌체의 시인이 단디 그 당시 널리 유행하고 있던 고나습에 따라 거의 모르는 여인이었으며 ,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여인을 대상으로 시를 지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 당시에는 트루바두르 (12~13세기 무렵 남프랑스 지방의 음유 시인 - 옮긴이) 들이 가상의 여인들을 노래하고 더 고상한 존재로 변용시키곤 하는 일이 하나의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삶의 모습은 달랐다. 남자들은 아내와 싸우면서 그녀에게 욕을 해대고 아이들을 낳게 만들었다. 단테 역시 피렌체에 살았지 천국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치가이자 군인으로서 자기 고향의 행정과 방어를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은행가의 부인인 한 예쁜 여인과의 영적인 사랑을 위한 시간이 남아돌지는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단테가 '자신의 베아트리체' 에게 단 한 번이라도 가까이 다가갔던 적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문학 안에서 그들은 커플이며 , 단체에게 『신생 』에서 문학으로 승화시킨 남모르는 열정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한 번 쯤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시인이 자신의 소재를 사실주의적으로 포착한 점이 그 사실을 대변해 준다. 그는 '나' 라고 말했으며 , 의레적으로 라틴어로 작품을 쓰지 않고 이탈리어로 썼다. 그리고 자신의 시대를 불안하게 만들던 종교적 정치적 갈등을 노래에 삽입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유화. <베아타 베아트릭스>/1872년.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실제 인물로서의 베아트리체는 이미 1290년 스물네 살의 나이로 죽었다. 그녀의 죽음이 어저면 단테로 하여금 『신생 』에서 고백들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아트리체'가 젬마도 역시 속할 수 있는 수많은 여인들에 대한 단순한 집합명사였는지 , 아니면 누군가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사랑을 풀어놓을 수 있는 파괴적인 폭풍의 화신이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빨간 옷을 입고 그를 반하게 만들고, 하얀 옷을 입고서 보다 높은 곳을 향해 이끌어주었던, 단테에게 있어서는 영원 불멸의 여성이었던 것이다. 물론 단테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살아있는 '그' 베아트리체와 손을 맞잡고 어떻게 아르노 강변을 산책했는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약간 유감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가 사랑을 알았고 두려워 했고 즐겼다는 사실과 그런 경험을 할 때 곁에 있었던 소녀가 어떻게 불렸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13세기에서 14세기로 전환하는 시기에 피렌체는 결토 평화로운 도시가 아니었다. 왕족들은 서로 반목을 일삼았고,
방어 목적이나 특권을 과시하기 위해서 요새화된 높은 탑을 쌓았다. 요즘도 피렌체의 이웃 도시 생 제미냐노에서는 그런 탑들을 구경할 수 있다. 폭력이 일상적이었으며, 정치는 간계, 살인, 전복으로 얼룩져 있었다. 단테 역시 권력 이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시인은 1301년 자신이 옹호했던 가문과 이른바 '백당' 이라고 불렸던 세력이 프랑스인들의 간섭 후 '흑당'에게 어쩔 수 없이 권력을 양도하게 되자 고향 도시에서 추방된다. 그러고는 피렌체 땅을 다시는 밟지 못했다. 그는 늘 쫓기도 경호를 받는 불안한 상태로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 다녔다. 베로나, 라벤나, 블로냐에서는 정착하자마자 바로 다시 떠나야만 했다. 베아트리체는 그의 기억, 환영, 생각 속에서 항상 그의 곁을 지켜주며 따라 다녔다. 단지 상상 안에서만 존재했다 해도 속세와 유랑에서 그를 위한 따뜻한 안내자였던 것이다.
단테의 힘든 여정과 피렌체로의 귀향이 끊임없이 좌절되는 일은 『신곡 』에서 그의 지옥과 천국행의 배경을 형성한다. 문학 작품에 묘사된 만남과 대화들은 부분적으로는 실제로 경험햇을 수도 있다. 그는 작품을 쓰기 위해서 가정적인 환경과 안정을 필요로 했고, 라벤나에서 시학과 수사학 교사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의 아내는 피렌체에 남아 잇었지만 그의 앋아들들은 함께 추방당해서 가끔 그와 함께 지냈다. 그는 1321년 라벤나에서 사망했다. 베아트리체가 죽은 지 31년 후였다.
이상화된 시인의 초상화.
루카 시뇨렐리의 프레스코화/1504년경
베아트리체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최고로 아름다운 시구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던 백지나 마찬가지였다. 이웃 소녀가 『신생 』에서는 하얀 옷을 입은 숙녀로 , 그리고 『신곡 』에서는 화환으로 장식한 여신으로 계속 살아있듯이 , 그녀의 명성 역시 그렇게 영원하다. 나이든 은행가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우울한 이야기 몇 가지를 좀더 자세하게 듣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람들은 단테와 베아트리체 커플로부터 남성은 인간이자 시인으로 등장하지만, 여성은 어떠한 인간적 특성도 지니고 있지 않은 단순한 인위적 인물로 등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느낌이 전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적 특성은 단테의 문학을 통해서 부여된다. 이 시의 행간을 읽는 사람에게는 베아트리체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평가>> 단테와 같은 시인이 한 여인을 노래했을 때, 그 여인은 환영, 이념, 여신,인 동시에 살아잇는 존재 모두일 수
가 있다.
읽을만한책; <신곡> <신생>- 단테 알리기에리
볼만한영화; <단테의 지옥> , 미국;1935 , 감독;해리 래치먼 , 출연; 스펜서 트레이서, 클레어 트레버, 리타 헤이워드.
둘러볼만한관광지; 피렌체 시내에 있는 카사 다테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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