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분홍 원피스 / 최금녀
싸이즈 55
꽃분홍,
목선 시원히 파인
목덜미에서 어깨에서
꽃잎들 출렁거리는,
꽃분홍이 유행이었다
르노아르의 소녀처럼 머리를 기르고
라라의 스카프를 두르고
찾아 헤맸었던
자작나무숲 설원
내 젊은 날의 꽃분홍 원피스에
내리던 눈발들
5인치, 23인치
얘야, 그래가지고 시집가서
애 낳을 수 있겠니?
그 꽃잎들 중 한 송이
꽃분홍 원피스가
옷장 속 후미진 곳에서
아직 옷걸이를 꼭 붙들고 있다
당신도 아직 거기 있다
- 『애지』(2009. 가을호)
이 시의 재미는 마지막 행에 있다.
'당신도 아직 거기 있다'니, '거기'가 어디인가? 젊은 날 추억의 눈발속?
아니면 라라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헤메던 자작나무 그 숲속?
아니면 벚꽃잎 폭죽처럼 터지는 호숫가 벚나무 아래?
어디라도 좋다
우리는 아련한 그 젊은 날 추억의 원피스,화사한 꽃분홍 원피스(로맨틱한 추억)를
지금도 그리워 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도 아직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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