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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꽃분홍 원피스 / 최금녀

by kimeunjoo 2010. 2. 2.

           

           
           

           

           

           

              꽃분홍 원피스 / 최금녀


              싸이즈 55
              꽃분홍,
              목선 시원히 파인
              목덜미에서 어깨에서
              꽃잎들 출렁거리는,

              꽃분홍이 유행이었다
              르노아르의 소녀처럼 머리를 기르고
              라라의 스카프를 두르고
              찾아 헤맸었던
              자작나무숲 설원
              내 젊은 날의 꽃분홍 원피스에
              내리던 눈발들
              5인치, 23인치
              얘야, 그래가지고 시집가서
              애 낳을 수 있겠니?

              그 꽃잎들 중 한 송이
              꽃분홍 원피스가
              옷장 속 후미진 곳에서
              아직 옷걸이를 꼭 붙들고 있다
              당신도 아직 거기 있다



              - 『애지』(2009. 가을호)

               


              이 시의 재미는 마지막 행에 있다.

              '당신도 아직 거기 있다'니, '거기'가 어디인가? 젊은 날 추억의 눈발속?

              아니면 라라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헤메던 자작나무 그 숲속?

              아니면 벚꽃잎 폭죽처럼 터지는 호숫가 벚나무 아래?

              어디라도 좋다

              우리는 아련한 그 젊은 날 추억의 원피스,화사한 꽃분홍 원피스(로맨틱한 추억)를

              지금도 그리워 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도 아직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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