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68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변신' 당선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와 시학상 수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답청'(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시를 찾아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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