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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지는 꽃을 위하여 / 문정희

by kimeunjoo 2010. 1. 1.

         

        Centerfolds.

         

         

         

         

            지는 꽃을 위하여 / 문정희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
            가을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른 봄 파릇한 새 옷
            하루하루 황금 옷으로 만들었다가
            그조차도 훌훌 벗어버리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
            이 숭고한 가을날
            잘 가거라, 나 떠나고
            빈들에 선 너는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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