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노래 1...신달자
동트는 새벽에
시의 첫줄을 쓰고
불꽃으로 잦아드는 석양에
시의 마지막 줄을 끝내어
어둠 너울대는 강물에 시를 띄운다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몰라
강물따라 가노라면 너 있는 곳
바로 보이는지 그것도 몰라
다만 나 지금은
내 몸에서 깨어나는 신선한 피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처음 떠오르는 말을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전하고 싶다
하루 한 편의 시로
광막한 사막의 모래바람 냉정히 떠나 보내고
맨발로 자정의 거리 헤매는 광기
고요히 작별하고
머리카락 물에 잠기는 탐욕도
등 문질러 달래우고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조금씩 다가가
신선한 발자국 소리로 너에게
그윽이 배어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어둠의 강에 조금씩 내 살 허물고
내 굽은 뼈 사정없이 다듬어서
상아피리 같은 맑은 혼의 소리를 자아내는
너를 위한 노래 하나쯤 만들고 싶다
네 영혼이 깨어 더듬어 내게 이르는....
너를 위한 노래 2 ... 신달자
나팔 하나 사고 싶다.
이름없는 손으로 빚어져서
종로거리에 걸려 있는 나팔 하나 사서
너를 향해 무슨 소리 하나 내고 싶다.
내 심신의 힘
있는 대로 쏟아 부어
간장이 터지면 터지더라도
마지막 열정으로 가락 하나 만들어 낸다면
그대여 이름없는 나팔은
너무 거룩해 어디 둘 곳이 없을 것을.
아 그 나팔은
파열한 내 심장
내 혼으로 숨쉬어
내가 아닌 다름 사람이 불어도
너의 이름이 천지를 진동할 것을
나팔 하나 사고 싶다.
밀회의 떨리는 약속 장소를 가듯
일상의 담벼락을 바람처럼 빠져나가
금속의 둔탁한 악기에
내 눈물의 생을 걸러
희열과 환희 그 중 좋은 것
너에게 숨차게 전하고 싶다.

너를 위한 노래 3 ...신달자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너를 위한 노래 4 ...신달자
바람 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쫓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 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를 보내며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 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며
너를 기다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겨울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축축이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너를 위한 노래 5...신달자
한 발자국만 가면 수심 깊은 강
이 쯤에서 너의 이름을 부른다.
바람이 지나온 세월을 찢고 있다
아직은 다 죽지 못해서
내 피 섞인 시간들
울부짖으며 뜯기며 넝마가 되네.
바람은 내 충직한 하수인
흉물스러운 모습들 내 등뒤로 날라 보냈는지
경건히 남은 목숨을 내어 놓고
수심 깊은 강에 먼저 마음이 걸어가는
고요한 명목의 시간
바람도 나와 같이 무릎꿇는다.
하늘의 초승달 은빛 칼처럼 내려다본다
내 무엇을 숨길 수 있으랴
어디를 간들 바람을 피하며
혹은 하늘의 시선을 거스를 수 있느냐
내 이미 수심 깊은 강에 들어섰으니
그대여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뿐.
너를 위한 노래 6 ...신달자
그 순간이다.
내 몸 안에 상한 새들
푸드득거리며 일제히 날아오르고
내 손등에 떨어지는 빛 바랜 깃털들
어디선가 비춰지는 오묘한 색을 받네.
이상하다.
그냥 몽롱했어.
세상이 정지하고 있었어. 그러나
언 땅을 들어올리는 봄의 힘이
발끝을 뜨겁게 하고 있었어.
방향을 알 필요는 없었지만 방향 몰라
나는 두리번거리며 서서
손을 들어 올리면 무지개라도 잡힐 듯했지.
그래 그 순간이었어.
우주가 나를 덮치는 것 같은
너의 목소리를 내가 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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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노래 9 ...신달자
산은
산만큼의
말줄임표
침묵 속에서
차고 빛나는
하나의 정신으로 남기 위해서
나는
나의 사랑만한
말줄임표
![]()
너를 위한 노래 10 ... 신달자
문 잠긴 방에도
새벽 오듯
창 없는 감옥에도
봄 오듯
눈감고 있는 내게
너 온다
빛의속도로
어둠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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