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사는 이유 / 최영미

by kimeunjoo 2010. 1. 1.

         

         

         

         

         

         

              사는 이유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 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에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 김낙필   (0) 2010.01.01
    너를 위한 노래 1~10 / 신달자   (0) 2010.01.01
    사랑/ 김지하   (0) 2010.01.01
    빈집의 약속 - 문태준   (0) 2010.01.01
    그대 / 이형기   (0) 2010.01.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