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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그대 / 이형기

by kimeunjoo 2010. 1. 1.

           

           

           

           

           

                 

                그대 /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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