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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사랑/ 김지하

by kimeunjoo 2009. 12. 28.

           

           

           

           

              사랑/ 김지하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누굴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한밤중 열두 시가 지난 시간

              당신도 자고 아이들도 잠든 시간

              담 건너 고양이 울음도 죽은 시간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시간

              깨어 있다는 것

              죽기보다 더 버리고 싶은 일

               

              알겠어요 이 시간

              내가 기대고 있는 까닭

              내가 기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누구라도 좋지요

              돌멩이라도 좋고

              쓰레기라도 좋고

              잿더미라도 좋지요

               

              사랑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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