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원태연
내가 욕한다고 해서 같이 욕하지 마십시오.
그 사람 아무에게나 누구에게나 욕 먹고 살 사람 아닙니다.
나야 속상하니까,
하도 속이 상해 이제 욕밖에 안 나와 이러는 거지
어느 누구도 그 사람 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렇게 따뜻하고 눈물이 나올 만큼 나를 아껴줬던 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이렇게 된 거지,
눈 씻고 찾아봐도 내게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봐줬던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눈빛이 따스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이 사람은 이해해 주겠구나 생각들게 해주던,
자기 몸 아픈 것보다 내 몸 더 챙겼던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유일하 게 나를 사랑해 주었던 한 사람입니다.
아파도 내가 아프고 찢어져도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입니다.
위로한답시고 그 사람 욕하지 마십시오.
내가 감기로 고생할 때 내 기침 소리에 그 사람 하나 가슴 아파해
기침 한 번 마음껏 못하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예쁜 옷 한 벌 입혀 주고 싶어서 쥐뿔도 없이 지켜왔던
자존심까지 버릴 수 있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나름대로 얼마나 가슴삭이며 살고 있겠습니까?
자기가 알 텐데…….
내가 지금 어떻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을 텐데.
언젠가 그 사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있어야 한다고,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고…….
웃고 좀 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내가 왜 웃을 수가 없는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과 하도 웃어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몇 년치 웃음을 그때 다
웃어버려 지금 미소가 안 만들어진다는 걸.
인연이 아닐 뿐이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그 사람 끝까지 나를 생각해 줬던 사람입니다.
마지막까지 눈물 안 보여주려고 고개 숙이며 얘기하던 사람입니다.
탁자에 그렇게 많은 눈물 떨구면서도 고개 한 번 안 들고
억지로라도 또박또박 얘기해 주던 사람입니다.
울먹이며 얘기해서 무슨 얘긴지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게 해주던 사람입니다.
있습니다. 그런 상황,
말할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있더란 말입니다.
이연이라고 합니다.
이승의 인연이 아닌 사람들을 이연이라고들 합니다.
그걸 어쩌겠습니까!
이승의 인연이 아니라는데.
연이 여기까지밖에 안되는 인연이었던 것을.
그런 사람 나중에 다시 한 번 만나기를 바랄 수밖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연이 아니라서 그렇지, 인연이 아니라서 그렇지
내게 그렇게 잘해 주었던 사람 없습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아무리 죽으니 살리니 해도 내게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위에 쓴 시 / 류시화 (0) | 2009.12.28 |
---|---|
사랑/ 김지하 (0) | 2009.12.28 |
한 여자에게서 꺼낸다 /장석주 (0) | 2009.12.28 |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이상국 (0) | 2009.12.28 |
행 복 / 유치환 (0) | 2009.12.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