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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등 뒤의 사랑 - 시:오인태

by kimeunjoo 2009. 7. 19.
              등 뒤의 사랑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등을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그 수척한 등줄기에 상수리나무였는지 혹은 자작나무였는지 잎들의 그림자가 눈물자국처럼 얼룩졌다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 그의 눈물이었을까 그럴 때마다 모든 숲이 파르르 떨며 흐느끼던 그것은 무너지는 오열이었을까 미안하다. 내 등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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