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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시인뜨락

黃眞伊(황진이)

by kimeunjoo 2009. 7. 10.
       
       
       
       
       
        동짓달 기나긴 밤을
       
                            黃眞伊(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시간이란 상대적인 것.
        바라만 보아도 안타깝고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은
        삼추도 일각이라.
         
        기나긴 동짓달 밤이라도 보태어,
        그리운 마음 엉겨있던 님과의
        서리서리 맺힌 정을 펴는 날
        구비구비 풀어내고 싶은 여인의
        애틋한 감상이 녹아있다.
         
         
         

        11일 기대속에 첫방송된

        KBS2 퓨전사극 '황진이'

        (극본 윤선주ㆍ연출 문준하)가

        연기자의 호연과 화려한 한복패션,

        박진감 넘치는 구성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갑자기 황진이에 대해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실제 이름은 무엇이고 무엇때문에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는지...그리고,
         
        왜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고 또 기억하려 했는지...
        양반가의 딸로 태어나 기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네 역사에서
        <여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건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마음에 두고 싶은 세 사람.
        황 진이, 신 사임당, 그리고 허 난설헌.
         
        전통적인 가치관으로 보자면
        세 여인 모두 결코
        '행복한 여자'는 아니었다.
         
         
        解語話 -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 妓女를 일컫는다.
         
        중국의 歌妓(가기)와 마찬가지로
        賣樂不賣身(매락불매신)이었겠으나,
        줄세우기 문화에서 한 발자욱이라도 벗어나면
        그건 곧 다른 세계로의 전락을 뜻하는 전통사회에서는
         
        그녀 역시 기존의 가치관에 의한
        행복을 스스로 포기한 존재다.

        그녀의 시조를 읽을때면
        '주옥같은'이란 진부한 표현 이외엔
        달리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또 한떨기 해어화인
        梅窓의 望夫詞와 비교하면
        두 여인의 기질이 사뭇 다름이 느껴진다.
         

        望夫詞 (망부사) 

         

                   梅窓 (매창)


        내 가슴 흐르는 피로 님의 얼굴 그려내어
        내 자는 방안에 족자 삼아 걸어두고
        살뜰히 생각날제면 족자나 볼까 하노라


        이 역시 '기다림'을 화두로 삼고 있으나,
        혹여 님의 마음 변하기라도 할작시면
        한양 간단 이도령 말 들은
        춘향이 모양,머리칼 쪽쪽 뜯어
        님의 발치에 팽개치지나 않을지,
        읽다가 슬며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다.
         

        황진이의 존재가
        오늘날까지도 인정받는 이유는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6수의 시조와 4수의 한시 이외에도
         
        속(俗)의 경계를 뛰어넘은
        천의무봉한 도가적 분위기 때문이다.
         
        이는 黃娘 본인의
        무위자연하던 기질에,
        스캔들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던
        수 많은 인사들과의 교류에서
        체득한 교양이 포개어지고,
         
        또 가장 중요한, 스승이자 情人이었던
        서화담의 氣一元論의 영향은 아닐지.
         
        세속의
        명리나 이목,모두 헛되고
        또 헛된 뜬 구름 같은
        그림자 연극 - 戱夢에 불과하단걸
        알아버린 그녀의 초월성이
        '죽거든 길가에 묻어달라'는
        마지막 말로 남은건 아닌지...

         
      동짓달
      하늘에 휘영청 뜬 달
      그 달빛이 말해 주는건
       
      나의 마음일까...
      님의 마음일까...
       
      이런들 어떻고
      또 저런들 어떠하리...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
      왜 달은 안 보고 손가락을 보느냐고
      일갈하는 사람에게 黃娘은
      쓴 웃음을 날릴지도 모르겠다.

      달을 보려는 네 눈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도
      모두가 네 안에 있는걸,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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