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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마누라가 내게 / 박승일

by kimeunjoo 2011. 1. 30.

 

 

 

 

 

마누라가 내게 / 박승일

마누라가 내게
바람 핀 적 있었느냐 물었을 때
나는 있었다, 대답했고
마누라는 실망하지 않았다

마누라가 내게
바람 피워도 되겠느냐 물었을 때
나는 좋다, 대답했고
마누라는 실망 하였다

마누라가 내게
바람 핀 이야기 해 보라 했을 때
나는 소설책 읽듯 얘기 했고 마누라는 질투도, 비난도 없었다.

마누라가 내게
사랑 하느냐 물었을 때
나는 잘 모르겠다, 대답 했고
아까부터 마누라는 울고 있었다.

 

 

 

여느 땐 나도 / 박승일

사랑이여,
여느 땐 나도
사람도 삶의 무게도 비워 버리고
사람을 찾아
시장 좌판 앞 쭈그려 앉아
순대 몇 점에
막걸리사발 들이키며
막걸리 줄기 방광에 닿기도 전에
한 수작쯤 주모에게
건네고도 싶다만.

사랑이여,
살며 어느 날
밥맛이며 술 맛이며 지랄 같고
정다운 숨결마저 지치면
더도 말고 한번 쯤
산발한 빗줄기 아래 뒹굴며
미쳐서, 미쳐서
사람의 속 사람까지
모두 게워 놓고서
불귀(不歸)의 날 닿기 전에
자궁 속 목소리로
어머니여, 어머니여
불러보고 싶다만.

 

 

보수와 진보를 위한 성선설 / 박승일

산수유 지천이고
목련 터진다
어지간히 들 하고
즐기기도 하여라

때가 어느 때이냐
아직도 보수의 겨울 옷 걸치고
비지 땀 흘리는 것은
봄날에의 모독이다

도처에 할 일이 태산이다
영문도 모르고 아이들은
불타죽고 토막 났다
사람인 게 부끄러운 판에 진보면 다냐

정말이지, 그렇게 들 나온다면
맹자께 죄송하여도
성선설(性善說)은 이제
수긍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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