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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시대의 우울 - 최영미

by kimeunjoo 2010. 9. 19.

         

         

         

        시대의 우울 / 최영미

         

         

        모든 노래

        모든 몸짓에

        싫증이 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불현듯 여행을 꿈꾸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여행을 떠났다

         

        일상은 위대하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 같은 것

        긴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로 나날이 새로 채워져야 한다

        그 뻐근한 일상의 무게가 없으면

        삶은 제자리를 찾지 못해 영원히 허공을 떠돌 것이다

         

        기차를 타고

        미지의 도시에 다가갈 때의 느낌은

        서투른 연애의 메커니즘과 비슷한 데가 있다

        우리가 어느 한 장소의

        혹은 한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속에 머물 때 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다가갈 때

        혹은

        그것을 떠날 때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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