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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올 때까지 왔구나 - 원태연

by kimeunjoo 2010. 7. 22.

           

           

            

           

           

              올 때까지 왔구나 1

              하루에도 두세 번씩 전화하고
              조금 더 있자고 졸라대고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을 말해주고
              친구들에게 나를 보이고 싶어했던 네가


              만나자는 내 말에
              만나서 특별히 할 일도 없잖아 했을 때.

               

               


              올 때까지 왔구나 2

              별 내용 없는 전화통화중
              옆에선 아무 소리 없었는데
              엄마가 전화 좀 쓰시재 내지는
              누가 왔나 봐 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을 때


              평범한 그 악센트가
              왠지 싸늘하게 들려왔을 때.

               

               



              슬픈 대답 1

              뭐가 그리 안타까우냐 물으면
              지갑이나 만년필 따위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고

              잊지 못할 것 같으냐 물으면
              그 밝은 미소가
              아직도 손에 닿을 것 같다고

              남은 시간 어쩌냐고 물으면
              두 다리를 잃고도
              남은 시간 생각할 수 있냐고

              죽어도 잊을 수 없냐 물으면
              만남에서부터
              불가능했다고......

               


              슬픈 대답 2

              잊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잊을 수 있냐고 하기에는
              이미......
              지금도 사랑하고 있냐 물어오면
              눈물......

               

               


              헤어지는 날에는

              헤어지는 날에는
              서로를 위해
              만남없이 전화로

              굳이 만나야 한다면
              어두운 찻집이나
              가로등 없는 골목에서

              나처럼
              다 큰놈이 눈물 보이면 안되니까
              말 안 듣는 눈물 때문에
              안 그래도 아픈 상대의 마음
              미어지게 하면 안되니까

               

               


              이별역

              이번 정차할 역은
              이별 이별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잊으신 미련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내리십시오.

              계속해서
              사랑역으로 가실 분도
              이번 역에서
              기다림행 열차로 갈아타십시오


              추억행 열차는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당분간 운행하지 않습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곳에 내가 있습니다
              보고 싶다기보다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려고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곳에서
              눈물없이 울고 있습니다

               


               


              다 잊고 사는데도

              다 잊고 산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
              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
              간간이 건드리면
              멍하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못 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이제는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언제였는지
              어렴풋이 행복했다는 느낌밖에......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슨 이유였는지
              마주했던 순간에는 사랑이라 믿었으니까

               

               

               

               

               

               

              몰라잉 / 원태연

               


              좀 멋지게 보이고 싶어 머리길러 묶고 다녔더니
              양아치 소리가 들려오지 않나
              학점 좀 따보려고 며칠 도서관에서 죽 때렸더니
              무슨 고민 있냐 그러질 않나
              남들 다 가는 피서 가기 싫어
              자전거 타고 부산 가려 하니
              미친놈이라 그러고
              공부 잘해 애를 가르칠 수 있나
              기술이 있어 뭐가 있어
              해서 노가다 며칠 하니
              빈티난다고 그러고
              그렇게 여름 다 보내고 나니
              벽에는 웬 핏자국이 그리도 많은지
              빈혈이 생길라고 하네...
              근데 더 큰 문제가 당면하드만
              가을도 왔고 해서 연애를 한번 해볼까 하는데
              여자들 여름에 벌써
              하나씩 다 챙겼대니
              남 애인 뺏을 수는 없고
              개미와 베짱이가 지금 왜 생각나는 걸까
              남들 연애하려고 노력할 때
              혼자 미친짓 하고 다니더만

              나 어떡해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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