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사랑글

사랑은 - 이승희

by kimeunjoo 2010. 6. 29.






















                   
    
     
     
    ㅡ 사랑은 ㅡ 
    스며드는 거라잖아.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속으로만 꽃 피는 무화과처럼
    당신 몸속으로 오래도록 
    저물어가는 일.
    그것도 아니면
    꽃잎 위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꽃잎의 아랫입술을 열고 
    온몸을 부드럽게 집어넣는 일. 
    그리하여 당신 가슴이 
    안쪽으로부터 데워지길 기다려 
    당신의 푸르렀던 한 생애를 
    낱낱이 기억하는 일
    또 그것도 아니라면
    알전구 방방마다 피워놓고
    팔베개에 당신을 누이고 
    그 푸른 이마를 만져보는 일.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라고?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먹는 일이야
    뾰족한 돌과 반달 모양의 뼈로 만든 칼 하나를
    당신의 가슴에 깊숙이 박아놓는 일이지
    붉고 깊게 파인 눈으로
    당신을 삼키는 일.
    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 문학의 향기 > ♣ 사랑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해서 외로웠다 - 이정하  (0) 2010.07.07
사랑이라는 병..  (0) 2010.06.29
사랑 한다는 것은 - 옮겨 온 글  (0) 2010.06.29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0) 2010.06.25
착각 하지 마십시오..  (0) 2010.06.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