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1. 옥저의 삼베
중학교 국사시간(國史時間)에 동해변(東海邊) 함경도 땅, 옥저(沃沮)라는 작은 나라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柳?발 꿈에 나는 옛날 옥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조랑말을 타고 좁은 산길을 정처 없이 가고 있었습니다. 조랑말 뒷등에는 삼베를 조금 말아 걸고 건들건들 고구려(高句麗)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삼베 장수가 된 것이 억울해 마음을 태웠지만 벌써 때 늦었다고 포기한 채 씀바귀 꽃이 지천으로 핀 고개를 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딴 나라의 큰 마을에 당도하고 금빛 요란한 성문이 열렸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지금은 잊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이곳에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옥저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도 혼자서 이 큰 곳에 살아야 할 것이 두려워 나는 손에 든 삼베 묶음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참았습니다. 그때 그 삼베 묶음에서 나던 비릿한 냄새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삼베 냄새가 구원인 것처럼 코를 박은 채 나는 누구에겐지도 모르게 안녕, 안녕 계속 헤어지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헛다리를 짚으면서도. 어느덧 나는 삼베 옷을 입은 옥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래 전 국사 시간에 옥저라는 조그만 나라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2. 기해년(己亥年)의 강(江)
슬픔은 살과 피에서 흘러 나온다.
기해(己亥) 순교(殉敎) 복자(福者) 최창흡
이 고장의 바람은 어두운 강(江) 밑에서 자라고
이 고장의 살과 피는 바람이 끌고 가는 방향(方向)이다.
서소문(西小門) 밖, 새남터에 터지는 피 강(江)물 이루고
탈수(脫水)된 영혼은 선대(先代)의 강(江)물 속에서 깨어난다.
안 보이는 나라를 믿는 안 보이는 사람들.
희광이야, 두 눈 뜬 희광이야,
19세기 조선의 미친 희광이야,
눈 감아라, 목 떨어진다, 눈 떨어진다.
오래 사는 강(江)은 향기 없는 강(江)
참수(斬首)한 머리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는
한 나라의 길고 긴 슬픔이다.
3. 대화(對話)
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거야?
가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가끔 만날거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거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거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더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 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 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 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 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연가 9
1
전송하면서
살고 싶네.
죽은 친구는 조용히 찾아와
봄날의 물속에서
귓속말로 속살거리지,
죽고 사는 것은 물소리 같다.
그럴까, 봄날도 벌써 어둡고
그 친구들 허전한 웃음 끝을
몰래 배우네.
2
의학교에 다니던 5월에, 시체들 즐비한 해부학 교실에서 밤샘을 한 어두운
새벽녘에, 나는 순진한 사랑을 고백한 적이 있네. 희미한 전구와시체들 속
살거리는 속에서, 우리는 인육 묻은 가운을 입은 채.
그 일년이 가시기 전에 시체는 부스러지고 사랑도 헤어져, 나는 자라지도
않는 나이를 먹으면서 실내의 방황, 실내의 정적을 익히면서 걸었네. 홍차
를 마시고 싶다던 앳된 환자는 다음날엔 잘 녹은 소리가 되고 나는
멀리 서서도 생각할 것이 있었네.
3
친구가 있으면
물어 보았네.
무심히 걸어가는 뒷모습
하루종일 시달린 저녁의 뜻을.
우연히 잠 깨인 밤에는
내가 소유한 빈 목록표를,
적적한 밤이 부르는 소리를.
우리의 내부는
깊이 물 속에 가라앉고
기대하던 그 웃음을
물어 보았네.
연가 12
1
이렇게 어설픈 도시에서 하숙을 하는 밤에는 월트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나 보자. 하숙이 허술해서 몽땅 도둑을 맞았으니 온돌을 때는 이 극장이 격에 어울리지. 총천연색의 세상에서 나도 메뚜기가 되어 보면, 밖에는 눈이 그칠 새 없고 혼자 보고 혼자 오는 발이 시리다. 친구야, 총천연색의 메뚜기가 되어 살자.
2
도서관을 돌다가 무심결에 호흡기 내과책 한 권을 뽑았더니, 겉장에는 알 케이 알렉싼드리아의 싸인이 있고 철필로 쓴... 보스든 메서츄세츠스에 1879년 8월 2일. 1879년 8월 2일은 날씨가 흐렸다. 흐려진 철필글씨, 무덤 속에 있는 내과 의사 알렉싼드리아의 손작국을 유심히 본다. 냄새라도 맡아서 코에 기억해 두자. 1966년을 내 책에 기입하고 나도 훌륭한 내과의사가 될 것이다.
3
현관이 있는 집을 가지면, 소리 은은한 초인종을 달고, 지나가던 친구를 맞으려고 했었지. 파란 항공엽서로는 연상 편지를 쓰면서 겨울을 사랑하고, 테없는 안경을 끼고 수염을 조금만 키운 뒤, 조용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헷세의 아우구스투스를 읽으려고 했었지. 이제 당신은 알고 말았군. 길어야 육개월의 대화만이 남은 것 육 깨월의 사랑, 육 개월의 세상, 육 개월의 저녁을, 그리고 나에게 남은 육 개월을, 육 개월의 눈물을 알고 말았군.
전 화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나도 꽃으로 서서
소담스런 꽃병에
나도 한 가지 꽃으로 서서
감빛의 꽃병
감빛의 연연한 노래 속에 서서 보면
우리는 지금도
끝없는 이주민이었구나.
얼마는 꿈 속을, 구름 속을,
얼마는 음악 속을
그리하여 얼마는 정착 속을 헤매는
끝없는 이주민이었구나.
다정한 친구여, 보려무나.
살얼음 속에
떨고 섰는 비석
어질도록 고운 비석 앞에서
나는 사소한 모든 생활을
고백해야겠다.
퍼붓는 눈보라 속에서, 뙤약볕 속에서,
낙엽 속에서 눈발 속에서
비석은 그 오래인
묵시와 염경.
지금 모든 것은 나에게 멀어져가고
있다. 웃으면서 쳐다보는 거울 앞에서,
하나씩 죽어가고 있다.
보려무나. 다정한 친구여,
비 씻기운 하늘에서
마침 노을은 피어나 우리를 놀래듯이
그간에 나는 꽃으로 서서
보고만 있었구나.
나도 한 가지 꽃으로 서서
기꺼이 흔들려 보노라면
우리는 지금도
끝없는 이주민이었구나.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볼상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
(며루치는 비명을 쳤겠지. 뜨겁다고,
숨차다고, 아프다고, 어둡다고, 떼거리로
잡혀 생으로 말려서 온몸이 여위고
비틀어진 며루치떼의 비명을 들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치떼를 생각하자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 있다
변명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은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나니
그러나 흐르는 물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 채 흘러가느니
헤어지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 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는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메아리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여름 편지
무모한 여름이여.
꽃들은 여기저기서
책임도 지지 못할
임신을 하고,
풀도, 나무도, 나도
여름이면 도둑처럼
지붕 위로 올라갔었다.
지붕 위의 하늘은 몇 개쯤이었던가.
애매한 맹세를 은근히
사방에 흘리면서
날개 빠른 새가 되어
사방을 들뜨게 했다.
아, 정말 들뜨게 했다.
모든 약속이 아름답게
향기처럼 우리를 울렸다.
궁색한 여름이여.
우리가 믿은 하늘은
구름처럼 희고
트럼펫 소리는 높고 낮게
춤을 추었다.
그리고 우리는 잤다.
잠속에 내린 소낙비가
여름을 적시고
피부에 남은 물기가
차갑게 외면할 때까지
우리는 바람을 타고 있었다.
파랑새도 굴뚝새도
돌아가야 할 길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 해부터
늙기 시작했다.
쓸쓸한 물
불꽃은
뜨거운 바람이 없다면
움직이는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불꽃이 그림으로 완성된
안정된 세상의 쓸쓸함.
내 고통의 대부분은
그 쓸쓸한 물이다
나는 때때로
그 날을 생각한다.
순결의 물을 두 손에 받들고
다가오던 발소리의 떨림
가득 찬 물소리에
나는 몸을 씻고 싶었다
떨지 않는 물은 단지
젖어 있는
무게에 지나지 않는다
담쟁이 꽃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돌아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 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일도
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
밤 노래 4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 뿐이랴.
멀리 있으면 당신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슬프게 보인다
산에서 더 높은 산으로 오르는 몇 개의 구름,
밤에는 단순한 물기가 되어 베개를 적시는 구름,
떠돌던 것은 모두 주눅이 들어 비가 되어 내리고
내가 살던 먼 갈대밭에서 비를 맞는 당신,
한밤의 어두움도 내 어리석음 가려 주지 않는다.
꽃의 이유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무 용
나도 당신의 무용 같은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하나의 동작이
깊이 가슴에 남아
그 무게로 고개를 숙여 버리던
그 때는 봄이던가, 가을이던가,
당신이 존경하는 화가의
그 무리한 표정으로
나도 층층대를 올라가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당신의 무용,
소리 없는 음악,
그래도 충만한 당신의 무용만큼
안부 없는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갈대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
생각없는 갈대들은 왜 키가 같을까.
몇 개만 키가 크면 바람에 머리 잘려나가고
몇 개만 작으면 햇살이 없어 말라버리고
죽는 것 쉽게 전염되는 것까지 알고 있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같이 자라는 갈대.
긴 갈대는 겸손하게 머리 자주 숙이고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박자로 춤을 춘다.
항간의 나쁜 소문이야 허리 속에 감추고
동서남북 친구들과 같은 키로 키들거리며
서로 잡아주면서 같이 자는 갈대밭,
아, 갈대밭, 같이 늙고 싶은 상쾌한 잔치판.
폭설
무엇이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가.
깊은 산속에서 만난 눈사태
앞이 보이지 않게 한정 없이 내리는 꽃잎.
눈 내리는 소리는 침묵보다 조용하다.
온몸에 눈 덮고 잠이 드는 나무들.
아름다운 것은 조용하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간단하다.
아직 잠들지 못한 나무는 추위를 많이 타는가.
폭설을 핑계 삼아 기대고 다가서서
아무도 말리지 못하게 서로를 만지는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큰 눈꽃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것이 무서워진다.
저녁이 내리는 우리들이 무서워진다.
나무가 있는 풍경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네 옆에 있다.
흐린 아침 미사 중에 들은 한 구절이
창백한 나라에서 내리는 성긴 눈발이 되어
옷깃 여미고 주위를 살피게 하네요.
누구요? 안 보이는 것은 아직도 안 보이고
잎과 열매 다 잃은 백양나무 하나가 울고 있습니다.
먼지 묻은 하느님의 사진을 닦고 있는 나무,
그래도 눈물은 영혼의 부동액이라구요?
눈물이 없으면 우리는 다 얼어버린다구요?
내가 몰입했던 단단한 뼈의 성문 열리고
울음 그치고 일어서는 내 백양나무 하나.
비오는 날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구름이 구름을 갑자기 만날 때
환한 불을 일시에 켜듯이
나도 당신을 만나서
잃어버린 내 길을 찾고 싶다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물빛1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 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시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 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자화상
흰색을 많이 쓰는 화가가
겨울 해변에 서 있다.
파도가 씻어버린 화면에
눈처럼 내리는 눈,
어제 내린 눈을 덮어서
어제와 오늘이 내일이 된다.
사랑하고 믿으면, 우리는
모든 실체에서 해방된다.
실패한 짧은 혁명같이
젊은이는 시간 밖으로 걸어나가고
백발이 되어 돌아오는 우리들의 꿈,
움직이는 물은 쉽게 얼지 않는다.
그 추위가 키워준 내 신명의 춤사위.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꿈꾸는 당신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구해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 눕고 돌아 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속 깊이 숨은 것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상처를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 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잠시 전에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이
땀이 되어 나를 비집고 나온다.
표정 순하던 내 얼굴들이
물이 되어 흘러내려 사라진다.
내 얼굴은 물의 흔적이다.
당신의 반갑고 서글픈 몸이
여름 산백합으로 향기로운 것도
세상의 이치로는 무리가 아니다.
반갑다. 밝은 현실의 몸과 몸이여,
아침 풀이슬에서 너를 만나고
저녁 노을 속에 너를 보낸다.
두 팔을 넓게 펼치면, 어디서나
기막히게 네가 모두 안아진다.
언제고 돌아갈 익명의 나라는
지금쯤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 또, 떠나고 -.
마종기 馬鍾基 (1939. 1. 17 ~ )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동문학가인 마해송이며, 어머니는 한국여성 최초의 서양무용가인 박외선이다. 이러한 부모로부터 문학적 자질을 물려받았으며 어릴 적부터 풍부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서울고등학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시의 마이매미 밸리 병원에서 인턴,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조교수 겸 방사선 동위원소 실장, 오하이오 의대 소아과 임상 정교수 등을 역임하였고, 오하이오 아동병원 초대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으로 일하였다.
1959년 시 〈해부학교실(解剖學敎室)〉 등으로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아 등단한 이후 1960년 첫시집 《조용한 개선》을 발간하였다. 1968년에는 김영태, 황동규와 함께 3인 시집 《평균율 1》을, 1972년에는 《평균율 2》를 출간하였다.
그의 시는 시인으로서는 희귀한 의사의 체험과 외국 생활이 기본 모티프가 된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사가 겪는 격렬한 체험들을 아름답고 따뜻한 서정으로 수용하여 맑은 지성과 세련된 언어로 승화시키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꾸준히 모국어에 의한 시작활동을 계속하여 1976년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고, 1989년 미주문학상, 1997년 제7회 편운문학상, 제9회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시집 《두 번째 겨울》(1965), 《변경의 꽃》(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9),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등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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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종기]
삶·죽음의 비탈에 서서 생명의 詩를 쓰고파
난 열병을 앓았다
내가 문학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작문이나 동시 쓰기를 즐기고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그것은 아마도 아버님 덕택에 우리집에 책이 많았고 그런 책 읽기를 어릴 때부터 즐겨온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은 피난 생활의 와중에서도, 또 학교 공부 쫓아가기 바쁘던 중ㆍ고등학교 시절에도, 학교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예술 전반에 걸친 교양과 예술을 바르게 감상할 줄 아는 눈과 귀와 머리를 가지는 것이라며 그런 것에 관심 을 갖기를 바라셨다. 그 가난하던 시절에 두 분은 빚을 내어 내게 중고품 악기를 사주셨고, 좋은 음악을 듣게 해 주셨고, 이름 있는 화가의 전시회나 기획전의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시며 관람하기를 권하셨다.
그 시절에 그러나 내가 주위 친구보다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글쓰기 정도여서 여기저기 학생 잡지에 얄팍한 감상문을 써서 발표했고 대학 초년병 때까지 화집을 통해 겉핥기로 좋아했던 마티스나 세잔에 대한 인상, 판으로만 듣고 좋아했던 드뷔시나 라벨 등의 모습을 시로 써 보며 멋을 부리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나마도 따라오지 못하던 주위 친구 앞에서 목에 힘을 주던 지지리도 부끄러운 문학 청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좋은 시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엉뚱하게도 내가 몹시도 망설이며 즐겨하지 않았던 의과대학 본과 학생이 되면서, 특히 해부학 공부에 주눅들기 시작하면서였다.
내 앞에 통째로 누워 있는 시체를 찢고 자르고 만지면서 인체의 세부를 눈과 손과 가슴으로 느껴야 했던 그 새로운 경험은 삶과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해주었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고 어디에 내 문학의 목표를 두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시가 천천히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런 변화는 그러나 시작에 불과했다. 좋은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에서 시 쓰기나 시 읽기가 내 실생활에 거의 유일한 위로가 돼 필요 불가결한 조건이 되고, 시를 쓴다는 것이 내 허영의 소산이 아니고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게 된 것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생활을 마치고 낯설고 물설은 외국 땅에 와서 엄청난 고생의 인턴 생활에 들어가면서였다.
땡전도 없이 미국의 병원에서 보내준 비행기표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중서부의 한 한적한 중소도시에 도착한 나는 바로 그날부터 1주일 130여 시간의 고된 말단 의사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영어도 서툴고 의술도 형편없고 사회 풍습도 낯선 인턴 의사 생활 1년은 내게는 아직까지 살아온 60몇 년 중 제일 긴 한 해였고 제일 고통스러운 한 해였고, 그래서인지 내 문학의 새로운 시작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 한 해 동안의 의사 생활 중에 많은 의술을 배우기도 하였지만 너무나 일이 바빠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코 앞의 내 아파트에도 한 달씩이나 들어가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 한 해 동안 나는 또 150여 명의 내 환자가 눈 앞에서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고, 삶과 죽음의 난간에 서서 고통의 마지막 신음과 삶에 대한 절절한 열망, 숨을 거두면서 어김없이 얼굴을 적시며 흐르던 환자의 눈물을 보아야 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인종이 다르기는 했지만 인간의 원초적 조건은 다 같은 것이어서 병자들과 자주 이야기도 나누면서 위로해주다 보면 서로 속사정도 털어놓게 되었고 가끔은 마음 통하는 환자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친구가 된 환자가 죽으면 하루 이틀 안에 부검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죽은 환자의 부검율은 8할 정도로 고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높았는데 이 부검이란 것도 내게는 커다란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담당 인턴은 자기 환자의 부검 과정을 모두 지켜보아야 하고 부검을 돕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정치나 자기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던 죽은 환자 친구의 머리뼈를 전기톱으로 자르고 뇌를 끄집어내 검사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철판 부검대 위에 묵묵히 누운 그 환자 친구의 몸을 열고 심장을, 폐를, 간을, 신장을 잘라내고, 사인을 본다고 다시 세밀하게 자르고 한없이 몸 위로 쏟아져 나오는 피를 물로 씻어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대담한 의사가 되려고 태연을 가장해야 했던 그 긴 시간들. 그 아픔과 슬픔과 허망함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시간만 있으면 내 마음의 진정제 역할을 해주던 시를 찾아서 그리운 모국어의 단어 속으로 깊이 뛰어들곤 했다.
이 부검이라는 것과 나는 무슨 큰 인연이 있었던 것인지 내가 힘든 인턴 과정을 마치고 대학병원의 진단방사선과 레지던트가 되어서도 처음 2년 동안은 부검실에서 시체 부검 결과와 방사선 진단 결과를 대조하는 일로 죽은 이들의 내장을 보고 피비린내를 맡으며 살아야 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사경을 헤매던 어린이를 정성껏 돌보아준 끝에 내 힘으로 건강을 되찾게 해주고 그 어린이가 고맙다며 내게 안길 때, 또 석 달 반 동안 280여 명의 아기들의 출산을 도와 탯줄을 끊어주고 새 생명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나는 문학의 밤잠을 이내 깨곤 했다. 신비한 생명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소름끼치게 느끼면서 이런 신선한 흥분을 날 것 그대로 시로 쓰고 싶어서 안달을 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랬다. 모국어도 없고 가까운 친구 하나도 없는 외국에서 일상의 외로움에 오금을 펴지 못하고 공포와 절망과 환희의 절정을 매일 오가면서 살았던 몇 해 동안의 의사 수련은 엉뚱하게도 내 문학의 샘물이었고 본향이었다.
그래서 내가 만일 외국에 오래 나가 사는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고국의 알량한 시인 노릇도 오래 끌어가지는 못했을 것임을 안다.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문학은 내가 외국에 나가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깊은 어둠 속을 헤맬 때, 내가 불안과 당황과 절망의 늪에서도 크게 낯설어 하지 않고 찾아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내 위로였기 때문에 계속해 왔다.
물찬 제비같이 날렵하지는 못해도 사람답게 생각하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내가 매달린 신명나는 놀이였고, 황홀이었고, 진심이었다.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도구로서 내 시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 시는 거의 언제나 내 진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진심이 아닌 것이 어떻게 인간을 위로할 수 있으랴. 그래서 나는 시 앞에서는 정직하려 했고 성실하려고 했다.
누가 있어 내 진심의 노래에 동의하고 귀 기울여 주고 같이 노래해 준다면 그것은 시 쓰는 사람에게는 큰 행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시를 쓰지는 못한다. 시는 개인적인 경험이고 중얼거림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누가 내가 쓴 시를 받아 읽고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고쳤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지적을 해줄 친구를 주위에 두지 못하고 오랫동안 혼자서만 시를 써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고급스런 게임이고 장난이고 놀이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아무리 값비싼 향수로 치장된다고 해도 이제는 전자게임이나 컴퓨터 놀이의 흥미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고 결국에는 천천히 외면 받아 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시가 정치적 선전도구나 사회 정의의 호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획일적 템포의 구호나 현란한 표어나 뜨거운 격문의 힘과 열기에 비교가 될 것인가. 내가 피 냄새를 많이 맡아오며 살아온 때문인지 나는 그런 시에서 나는 땀 냄새와 피 냄새에서 수상한 자극제의 기미를 많이 느끼고 진정한 껴안음의 힘을 보기 어렵다. 사후에 발견된 카뮈의 글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정의는 소중하다. 그러나 내 아버지는 더 소중하다.’
문학은 어차피 서로간의 껴안음이고 나눔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전쟁과 살육이 그치지 않는 이 세상에서, 또 어느 한쪽에 편들어서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는 무리의 함성 속에서, 아직까지도 의연하게 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어쩌다 나는 의사로 평생을 지내오면서 인간의 육체적 조건과 항상 가깝게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 그래서 내 문학의 화두는 자연히 생명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희망과 사랑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 따뜻함이 그리워 나는 시를 써왔고 시를 쓰는 동안의 어줍지 않은 고통까지도 껴안으려고 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모든 인생은 비슷하게 힘겨운 짐을 지고 있다는 말에 나는 동감한다. 그러나 그런 힘든 짐을 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굽은 허리의 겸손과 그 고통이 사실은 사랑의 속성이라는 것에도 동감한다. 그 사랑의 속성을 찾아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세상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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