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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시인뜨락

이상(李箱) / 오감도(鳥瞰圖)|

by kimeunjoo 2010. 6. 9.

        <사진: 이상 / 1910. 9. 14 - 1937. 4. 17>

 

 

 

이상李箱, 오감도鳥瞰圖 (당시 신문판본)

1934년 07월 24일 조선중앙일보 3면 1단에 실리다.

1934년 07월 24일 조선중앙일보 4면 3단에 실리다.
 

 

詩第一號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길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람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도로질주하지아니어도좋소

  

 

1. 오감도1호는 독립전쟁 출정식의 격문이다

이상은 고뇌한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깊이의 고뇌는 오감도 발표 후에
다가올 운명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그 고뇌의 고통은 크다.

드디어 이상은 오감도를 발표한다.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결과와 같은 결정인 것이다.

그러나 이상이 고뇌하고 기꺼이 받아 들이려 했던 결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안심한다. 아니 쾌재를 부른다. 시간이 점점 흘러갈수록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닥 잡아 흘러 가기 시작한다.

이상의 예상은 안타깝게 완전히 빗나가고 만다. 다음은 오감도 전문이다.

烏瞰圖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오감도의 발표 자체만으로도 신지식인 이상은 민족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지식인의로서 의무를 다하려 한 것이다. 이상은 오감도는 우리민족 역사의
대 사건을 섬세하면서도 웅장하게 그려놓은 거룩한 대 서사시이다.
이상의 오감도는 1919년 3월1일 정오부터 시작하여 발표한 순간까지를
진행형으로 적나라하게 기록한 것이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適當하오.)

우선 아해는 우리민족의 총칭이다. 다시 말해 일본제국주의에게 아비를
빼앗긴 어린 자식들이며, 지어미이며 아버지이다. 즉,조선의 남녀노소 인 것
이다. 13이란 숫자는 3월1일의 특수한 기념일의 상징을 위해 설정한 것임과
동시에 민족대표 33인을 의미한다.

13인의 아해가 질주한다는 것은 3.1일 독립만세를 부르며

거리를 매운 거대한 민족의 물결을 역동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막다른 골목이란 지리적 위치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조선 반도이다.
<가외가전>을 발표하고 이상이 독자들에게 기대를 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 모두 무섭다고 한다. 이것은 오감도의 최고의 절정이다.
무섭다라는 것은 일본제국주의의 탄압에 대한 시대의 보편적 민족 정서어 이다.

제국주의의 착취와 탄압과 수탈 때문에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뜻이다.

한 아해가 무섭다 소리치고, 두 아해도 무섭다 소리치고, 세 아해도 무섭다 소리치면 점점 소리는 커지게 된다.

각각 개별적이고 단순한 행동에 대한 묘사 같지만 동시성이 함께 공존한다.

결국, 그것은 함성으로 변한다.
그 함성은 누구에 대항하는 함성일까? 그 함성은 분노의 함성이고 대한 독립만세의 성난 함성이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혓소.

3월1일은 고종황제 국장일이다.

탑골공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 학생,청년들, 어린이들이 모두 모여

황제의 독살에 대한 음모설과 그 동안 일본제국주의들에게 에누리가 전혀 없는 제국주의식 수탈과

뜻도 모르는 탄압과 끝도 없는 공포정치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가득찬 우리 민족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비장한 각오가 되어 있는 분위기가 탑골공원 주위에 감돈다.

일본제국주의들은 밤새 국장일에 대한 대비책으로 총칼들고 비상경계를 하면

겁에 질린 조선 민족들을 쉽게 통제 할 수 것이 판단 한 것일까?

13인의 아해는 우리 민족 대표이고 무서운 아해는 우리 민족이며,

무서워 하는 아해는 일본제국주의이다.

우리 민족이 무서워 총칼을 앞세워 경계하는 제국주의인 것이다.

제국주의의 두려움에 대상은 조선이다. 이상은 이 장면에서 우리 민족에게 불어 넣어 주는 교훈은 대단하다.

우리 민족이 함께 뭉치어 단결하면 제국주의자들도 두려움에 떨게 된다는 것이다.
1919,3,1일 이후 우리의 독립운동은 잠시 멈춘 듯 하지만 그 때의 역사를 드려다 보면

제국주의는 우리민족에게 대단히 강한 두려움에 이성을 잃을 정도였고

그 증거가 바로 비인도적인 제국주의의 만행을 지적한다.
이상은 우리 민족이 1919년의 역사를 잊지 말도록 역사의 인식을 환기 시키려 한 것이다.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앗소)

이상은 3월1일 이후 우리민족은 더욱 독립의 의지를 고취하는 계기가 된 것이고

일본제국주의들은 국제적으로 비인도주의적인 만행을 자행함으로써
국주의제적 비난을 영원히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제국주의를 조롱한다.
점잖게 타이르는 듯한 이상의 어조는 일본제국주의를 더욱 야만적인 민족으로 뚜렷하게 각인 시켜준다.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좃소.

이상은 우리 이천만 민족들 중에 한 사람만 무서운 사람이라 해도 좋다
라고한다. 무서운 사람이란 즉, 독립 투사를 의미한다.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나서서 투쟁하면 나머지 우리들도 응당 형제 들의 복수를 위해 투쟁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최소한 무서운 사람이 한 사람뿐 이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은 두 명의 무서운 아해 다음에

<세 명,네 명,다섯 명,……그중에二千萬人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좃소>.

따라서 우리 민족 이천만 명 모두를 의미한다.

갓난 아해라도 우리 민족이므로 무서운 아해가 되는 셈이다.
그 아해가 자라서 용감한 독립투사가 될 것 이라는 것을 이상은 벌써 알아 본 것이다.

2. 이상의 문학은 보복의 문학이다.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이상의 문학은 보복의 문학이다.

그것도 처참하게 제국주의를 말살하는 복수를 자신의 문학에서 보여준다.

자신의 문학세계는 우리민족의 공간이며 이 민족들의 공간이기도 한 곳이다.

마치 우주의 공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처럼 공유의 공간이다. 

공유의 공간에서 이상은 모든 민족들에게 이미 우리 민족이 무서운 민족이라고 공헌을 하고

 그 증거들을 명백하게 보여 준 것으로 멈추지않고, 한 번 더 제국주의의 심장부에 비수를 꼽는다.

위의 간단한 두 행에서 문법적 주어를 생략하고 서술한다.

물론 이 두 행에서의 주어는 일본 제국주의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민족 중 단 한 사람만 이라도 무서워 한다면 좋다는 것이다.

일본제국주의가 무서워하는 사람이 한 사람만 존재하기만 한다면

우리민족은 그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독립을 쟁취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제국주의가 우리민족의 끊임없는 투쟁 때문에 결국 파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여기에서도 생략되어 숨어 있는 행은
<그중에 二千萬人의 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좃소>부터 시작하여 꽤 엄청난 항의 개수가 생략되어 있다.

위의 네 행으로 이루어 진 항의 두 번째 항 과 세 번째 항 사이에는

대략 사 천만의 행이 압축되어 숨겨져 있는 셈이다.

3. 이상의 오감도는 독립운동의 병법집이다.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지아니하야도좃소

이상의 오감도는 민족의 독립을 위한 병법집이다.

이상은 독립투쟁의 전술로 뚫린 골목이 적당하다고 한다.

반도 내에서 거리의 만세운동은 경험에 미루어 보면 만세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해외의 모든 반제국주의의 국가들과 연합하여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국내에서도 독립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민족의 독립쟁취를 위해

더 나은 전략이라는 것을 고 하는 대 독립 전쟁 출정식의 서문이다.

 

<자료: 김삿갓문학회>

 

 

詩第二號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
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
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
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
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
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
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詩第三號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
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
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
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
이싸움하는구경을하든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
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느것을구경하든
지하였으면그만이다

 

 

詩第四號

 
         患者의容態에關한問題
        ㆍ0987654321
         0ㆍ987654321
         09ㆍ87654321
         098ㆍ7654321
         0987ㆍ654321
         09876ㆍ54321
         098765ㆍ4321
         0987654ㆍ321
         09876543ㆍ21
         098765432ㆍ1
         0987654321ㆍ

          謬斷 0:1
          26.10.1931
          以上 責任醫師 李 箱


 

이상의 오감도. 0.1씩 곱해 0(소멸)에 근접
천재 시인 이상(李箱)의 시는 실험 정신으로 가득하다.

이상의 작품에 대해 후대에 워낙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기 때문에, 만약 이상이 살아 돌아온다면 그 구구한 해석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른다.

이상의 '오감도'네번째 시에는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시력검사판을 연상시키는 이 시는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기묘하게 배치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런데 과연 이 시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요즘은 진료기록을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기로 작성한, 그것도 대부분 휘갈겨 쓴 진료기록은 일반인에게 난수표 같이 느껴진다.
따라서, 이 시는 난해한 진료기록을 패러디한 것일 수 있다. 또 이 시에 적힌 숫자는 거울에 비친 상처럼 거꾸로 적혀 있기 때문에 진료, 즉 거울을 통해 나타난 환자의 상태를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를 수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가장 윗줄에는 1234567890, 그 다음 줄에는 123456789.0이 거꾸로 적혀 있다. 어떤 줄에 있는 수에 0.1을 곱하면 그 다음 줄의 수가 된다.

따라서, 이 시에 배열된 수들은 동일한 비를 이루는데, 수학 용어로는 '등비수열'이라고 한다. 또 시의 형태에서 대칭의 미를 찾아볼 수 있다. 11줄로 시를 구성한 것은 대각선에 소수점을 배치하여 서로 대칭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시의 마지막에 있는 '진단 0:1'이라는 문구에도 수학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a:b의 비를 분수로 나타내면 a/b가 된다. 그렇다면 0:1은 0/1, 즉 0이다.

또 위의 시는 0.1을 11번 곱한 것에서 그치고 있지만, 계속 0.1을 곱해간다면 0에 가까운 수가 될 것이다. 0은 무엇인가가 소멸되는 상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죽음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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