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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유월의 살구나무 - 김현식

by kimeunjoo 2010.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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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살구나무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꺼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 밤
글/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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