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 꽃
옛날 그리스에 레오나르드라고 하는 용감한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청년이 깊은 산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청년은 낮에도 동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숲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 때 청년은 숲 속에서 무시무시한 화룡(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커다란 용)을 만났다. 화룡은 눈이 무척 크고 날카로웠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고 혓바닥은 붉은 용암같이 이글거렸다. 화룡은 길을 막고 청년을 집어삼킬 듯이 노려보았다.
아무리 담이 크고 용감한 청년이라지만 그는 화룡을 본 순간 당황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청년은 정신을 가다듬고 화룡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썩 비키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화룡은 입에서 불을 뿜으며 덤벼들 기세였다. 청년도 싸울 태세를 취했다. 청년과 화룡은 밤을 세워 가며 싸웠다.
그러나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청년과 화룡은 격렬하게 싸웠지만 역시 승부는 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4일째 되는 날이었다.
마침내 화룡은 지쳤는지 힘을 쓰지 못하였다. 이 틈을 이용하여 청년은 마지막 일격을 가해 화룡 을 쓰러 뜨렸다. 그러나 청년의 몸도 상처투성이였다.
상처를 입은 자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 땅에 떨어졌다. 그 때였다. 피가 떨어진 땅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다. 향기가 뛰어난 작고 아름다운 꽃이었다.
이 꽃이 바로 은방울꽃이다. 이야기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4월에 은방울꽃의 싹이 돋아날 때는 불그레한 포막을 쓰고 있다. 이 포막은 곧 갈라지는데 그 속에서 푸른 잎이 난다.
향기가 좋아서 향수화라고도 불리우는 이 작은 꽃은 유럽에서는 사랑을 고백하는 꽃으로도 유명하다네요. 얼마나 유명한지 5월1일이면 전부 산으로 은방울꽃 뜯으러 가서 거리가 한산했을 정도랍니다. 달력 같은 데 보면 은방울꽃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어서 꽃이 제법 큰 줄 알았더니 실제로 군락지에서 자연상태의 꽃을 보니 그 크기가 고작 성냥알 정도여서 사실 조금 실망은 되었습니다.
그치만 조그만 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향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인 캘빈클라인이나 크리스찬 디올에서 다른 꽃의 향기와 섞어서 독특한 상품으로 개발한 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을 정도면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계곡의 백합(Lily of the valley)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최근 한 소설 속에서 번역자가 은방울꽃인지 모르고 그냥 직역해서 백합이라고 번역한 걸 어떤 분이 비판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은방울꽃은 1년 내내 봄에 나온 두 장의 널찍하고 윤기나는 잎(좀비비추의 잎이 더 얇고 건조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으로만 살아갑니다. 제가 아무리 살펴봐도 잎이 세 장 이상 난 게 없더군요.
그 두 장의 잎 밑에서 곧게 서는 꽃대가 나고 거기에 하얀 종모양의 꽃이 10개쯤 조롱조롱 매달립니다. 아침 이슬이라도 맺힐라 치면 시원한 녹색의 잎과 어울린 그 모습이야 환상 그 자체이지요.
향기까지 은은한 새벽이라면 맘이 순수한 사람들은 그만 미쳐버릴 겁니다. 제가 부산의 모 산에서(장소를 밝혔다간 당장 거덜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서) 이 꽃의 자연군락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그 황홀함을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는 어휘력이 제게 부족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생긴 건 그렇게 가녀리게 보이지만 생명력은 대단해서 땅속을 기는 줄기 마디마디에서 왕성하게 새싹을 내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근방을 온통 독차지 해버리지요.
불행히도 꽃과 잎이 아주 예쁘다보니 사람들에게 수난을 많이 당하는 일만 아니라면 지금도 우리 곁에서 화들짝 피어 있을 정겨운 꽃이지만, 예쁜 여자에게 눈길 주듯이 예쁜 꽃이 남아날 리 있겠습니까? 이유미 박사님의 기고글에 의하면 간혹 아주 순진한 식물학자가 어디어디서 무슨 희귀한 꽃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 그 다음날로 벌건 맨땅과 섬찟한 삽자국만 남는다는
소식은 이제 우리 곁에서 그리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지요. 초등학교 교육용으로 심어놓은 것까지 야밤에 와서 홀라당 캐가는 사람들, 정말 무섭습니다. 생긴 거와 달리 유독성을 지녔는데, 옛말에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고, 강심 작용과 이뇨작용이 있어 심장 쇠약, 부종, 타박상의 치료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꽃말은 '상쾌', '쾌락', '행복의 복귀', '행복', '기쁜 소식', 순결, 순애 등입니다. 은방울꽃은 세계적으로 단 세 종류가 있는데 꽃이 좀 큰 유럽의 독일은방울꽃, 그리고 아메리카의 미국은방울꽃,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은방울꽃"이 바로 그것입니다. 독일은방울꽃은 꽃의 지름이 거의 1Cm나 될 정도로 탐스러운 꽃송이를 자랑하지요. 유럽 전설에 의하면 은방울꽃은 용사의 핏방울이랍니다. <우리꽃 백 가지>에 실린 전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은방울꽃
꽃말: 행복한 기별
옛날 용감하고 선을 위해서라면 두려움 없이 싸우는 '레오날드'라는 청년이 있었어요. 하루는 사냥을 갔다가 항상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며 해치던 큰 독사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레오날드는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독사를 본 순간 마을 사람들의 불안을 덜어 주어야겠다고 생각 하고는 그 독사를 처치하려고 맘 먹고 독사와의 힘겨운 격투를 시작하였답니다. 사흘 밤, 사흘낮을 계속하여 싸운 끝에 드디어 레오날드가 승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질 듯이 걸어가는 그의 발자국에는 붉은 핏방울이 떨어졌고 그 핏방울이 떨어진 자리에서 예쁜 꽃이 방울처럼 피어났다고 합니다.
바로 이꽃이 '은방울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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