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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풍경 / 김성춘

by kimeunjoo 2010. 3. 17.
         

         

         

         

         

              풍경 / 김성춘

               

              묘비명 1

               

              내가 본 묘비명 중에

              '먼길 와 주셨는데 일어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유머러스한 어느 문필가의 그것보다

              어느 무명인의

              '어물어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라는

              묘비명이 더 가슴을 친다.

               

              속절없이, 가버린

              생의 오후 시간표 앞에서

              내 무덤을 생각하다

              무명인의 묘비명을 생각한다.

               

              창밖 흐르는 풍경을 본다.

              눈 맑은 새 한마리 푸른 속으로

              정처없이 발을 내딛고..

               

               

               

               

              비밀 / 김성춘

               

              너는 청자빛 추억의 상자다.

              너는 봄날 복숭아꽃 나무 아래 떠 있는 아득한 섬이다.

              너는 물푸레나무 숲길에서 만난 물푸레빛 옹달샘이다.

              너는 내 호주머니 속에서 아직도 짤랑대는 가랑잎 소리다.

              너는 12월의 변두리 그 골목 입구에서 만난 첫 눈발이다.

              너는 시간의 눈썹 끝에서

              한 생애가 지워져도 끝내 소멸하지 않는

              알 수 없는 불안과 상처의 얼굴로

              오오 너는 오늘도 흰구름 위에 있다

              청자빛 추억의 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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