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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by kimeunjoo 201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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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 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지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 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 마저

        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 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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