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발을 보다
고형렬
고니들의 기다란 가느다란 발이 눈둑을 넘어간다
넘어가면서 마른
풀 하나 건들지 않는다
나는 그 발목들만 보다가 그 상부가 문득 궁금했다 과연 나는
그 가느다란 기다란 고니들의 발 위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품 있는 모습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 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므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반짝이는
그 사이로 눈발이 영화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내게는 그들의 집은 저 눈 내리는 하늘 속인 것 같았다
끝없이 눈들이 붐비는 하늘 속
고니들은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 고형렬 시인
- 1954년 강원 속초 출생
- 1979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 1985년 첫시집 『대청봉 수박밭』『밤 미시령』외 다수, 장시『리틀 보이』『은빛 물고기』
동시집 『빵 들고 자는 언니』, 산문집『시 속에꽃이 피었네』『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3인 시집『포옹』
아시아 11인시 앤솔러지 『얼마나 작은 분명한 존재들인가』등을 간행함
- 2000년에 계간 『시평(詩評)』을 창간하여 아시아 시인들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만든 풍경 - 시:용혜원 (0) | 2009.12.28 |
---|---|
강상江上 유람遊覽이라면 - 시:고형렬 (0) | 2009.12.28 |
사랑 - 시:이해인 (0) | 2009.12.27 |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A.푸쉬킨 (0) | 2009.12.27 |
조병화 시인 시 모음 (0) | 2009.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