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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눈물에 대한 시 모음

by kimeunjoo 2009. 12. 18.

                         눈물에 대한 시

 

    가시가 박혔다고 우는 아이ㅡ 문태준

       가시내 ㅡ 서정주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들리다 ㅡ 박성우

       귀촉도 ㅡ 서정주

       그대 우는 것을 보았다 ㅡ 바이런

       길1 ㅡ 이성복

    내 울음터 ㅡ 장 석남

       너는 왜 울고 있느냐 ㅡ 이용악

       네가 가던 그날은 ㅡ 김춘수

       누가 울고 간다 ㅡ 문태준

       눈물 ㅡ 김경미.김춘수.나호열. 도종환. 문인수. 문정희. 오 세영. 이도윤.이해인

                    정진규. 최문자. 휠더린    

       눈물꽃 ㅡ 김문옥. 정 호승

       눈물부처 ㅡ 서정춘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ㅡ 이 대흠

       눈물에 대하여 ㅡ 김 선태. 문 태준

       눈물은 왜 짠가ㅡ 함 민복

       눈물은 푸르다 ㅡ 최 종천

       눈물을 위하여 ㅡ 고 재종

       눈물을 흘리며 ㅡ 괴테

       눈물의 틈 ㅡ 오철환

       눈물의 환희 ㅡ 괴테

       눈물이 마르도록 ㅡ 신 현정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ㅡ 테니슨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ㅡ 김소월                          

    다시 오는 봄 ㅡ 도종환

       더 깊은 눈물 속으로 ㅡ 이외수

       떠나가는 배 ㅡ 박용철

    모를 뽑아 버리다 ㅡ 정약용

    밤바다에서 ㅡ 박 재삼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ㅡ 랭보

    새로운 눈물 ㅡ 이 승훈

       선암사 ㅡ 정 호승

       섬에서 울다 ㅡ 원 재훈

       소금별 ㅡ 류 시화

       송인 ㅡ 정지상

       스무살의 시 ㅡ에밀리 브론테

       습관을 생각함 ㅡ 윤제림

    아무 까닭도 없이 ㅡ 문태준

       어머니의 강, 그 눈물 ㅡ 이 영춘

       어머니의 눈물 ㅡ 박목월

       언젠인가 한 번은 ㅡ 오 세영

       우는 것을 보았어요 ㅡ 바이런

    친구야 너는 아니 ㅡ 이 해인

    통곡 ㅡ 유치환. 이상화

    하프를 타는 사람 ㅡ 괴테

       해가 지면 울고 싶다 ㅡ 문 형렬

       혼자 통곡할 큰 방 없소? ㅡ조 정권

       흐르는 내 눈물은 ㅡ 하이네

       흘려도 흐르지 않는 눈물 ㅡ 최정례

      

       

 

                                            

   가시가 박혔다고 우는 아이      문태준

가시가 박혔다고 우는 아이에게

새끼 오리 떼가 줄지어 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요한 연못을 보여주었다

휘파람으로 비행기를 불러주었다

손나팔을 불어주었다

쌍가락지를 끼워주었다

붉은 앵두를 한 줌 따다 주었다

나비춤을 마루에서 추어주었다

마루 끝까지 가도록 가도록 오늘은 그냥 두었다

가다 돌아서며 불쑥 울음을 터뜨렸다

 

                                           서민정

 

 

   가시내   서정주

눈물이 나서 눈물이 나서

머리 깜어 느리여도 능금만 먹?아서

어쩌나 ....하늬바람 울타리한 달밤에

한집웅 박아지꽃 허이여케 피었네

머언 나무 닢닢의 솟작새며, 벌레며, 피릿소리며,

노루 우는 달빛에 기인 댕기를

山봐도 山보아도 눈물이 넘쳐나는

蓮順이는 어쩌나 ....입술이 붉어온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들리다     박성우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마르면서 젖어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눈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귀촉도 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도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춘추> 1943년

 

           가을 동화 ㅡ 문근영

 

   그대 우는 것을 보았다      바이런

그대 우는 것을 보았다 크고 빛나는 눈물

그대의 푸른 눈에 솟는 것을

그리곤 생각했다

제비꽃에 방울 짓는 이슬을

그대 미소짓는 것을 보았다

사파이어 불길도  그대 곁에선 그 빛 흐려져

그대 눈길에 넘쳐 흐르는

싱싱한 빛에 따르지 못했다

 

구름이 저편 태양으로부터

깊고 부드러운 빛을 받듯

다가오는 저녁 그림자가

그 빛 하늘에서 흐리지 못하듯

그대 웃음은 우울한 내 마음을

그대 것인 기쁨으로 물들이고

웃음의 햇빛은 내 가슴을 비추어 주는

광명을 남긴다

 

 

 

            2008년   sbs  연기대상 ㅡ 문근영

 

   길1                  이성복

그대 내 앞에 가고

나는 그대 뒤에 서고

 

그대와 나의 길은

통곡이었네

 

통곡이 너무 크면 입을 막고

그래도 너무 크면 귀를 막고

 

눈물이 우리 길을 지워버렸네

눈물이 우리 길을 삼켜버렸네

 

못다 간 우리 길은

멎어버린 통곡이었네

          밀양 ㅡ 전도연(깐느 영화제  여우주연상)

                                                

   내 울음터        장석남

내 첫울음터는 어머니의 품이었겠지

그리고 그 울음은 그저 목화 꽃 같은 것이었을거야

품 속이었을 테니까

 

나는 내가 울었던 장소들을 떠올려보네

열아홉 울음터는 어느 축대 밑이었지

그 울음은 축대처럼 가파른 스무 살 때문이었지

 

해변의 어느 바위가 울기에 좋았지

한도 없이 밀고 오는 파도 소리 때문에 아니었지

사랑이 그렇게 어찌할 수 없이 밀려온 때문만도 아니었지

늘 내 울음은 사사로운 것이었고

한 번도 큰 울음을 품어본 적 없지

 

연암 선생의 울음터를 가보고 싶네

내 보잘 것 없는 울음터를 지나

광활한 그 울음의 넓이를 보고 싶네

 

하는 수 없이 지금 내 울음은

맨드라미 피어난 여름 뜰 앞에 두었네

뜰 모퉁이 봉숭아 그늘에 두었네

한 송이씩 한 송이씩 가꾸네

 

허나 어쩌나, 늙은 어머니는 그 앞에 더 오래 계시네

 

 

 

   너는 왜 울고 있느냐          이용악

포플라 숲이 푸르고 때는 봄!

너는 왜 울고 있느냐

또 ...

 

진달래도 하늘을 향하여 미소하거늘

우리도 먼 - 하늘을 쳐다봐야 되지 않겠냐?

묵은 비애의 철쇄를 끊어버리자 ....

 

그사람이 우리 마음 알 때도 이제 올 것을 ...

너는 왜 울고 있느냐

매아미는

이슬이 말라야 세상을 안다고 ...

어서 눈물을 씻어라

 

울면은 무엇해?

 

포플라 숲으로 가자!

잃었던 노래를 찾으러 ...

 

 

 

   네가 가던 그날은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외출

 

   누가 울고 간다 ㅡ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 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시학 2006년 7월 ㅡ 미당문학상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최민호 선수

 

                                   정경미 선수

 

    눈물            김경미

깎아낼 수 없는 나이

 

청진기를 댄 계절이

심장처럼 지나가고

 

심각하지 말지어다

그게 지구의 새로운 전략임을

그렇게 타일렀건만

 

오오 또 생연탄만한 눈물이                              

 

               안나 카리나(1940 - ) 덴마크 출신. 2008년 제 13회 부산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장

 

 

   눈물1    김춘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그 또 할아버지의 천년이 아니 만년,

눈시울에 눈시울에 실낱같이 돌던 것

지금은 무덤가에 다소곳이 돋아나는 이것은 무엇인가?

내가 잠든 머리맡에 실낱 같은 것, 바람 속에 구름 속에 실낱 같은 것

천년 아니 만? 아버지의 아저씨의 눈시울에 눈시울에 어느 아침 스며든 실낱 같은 것

네가 커서 바로보면, 내가 누운 무덤가에 실낱 같은 것

죽어서는 무덤가에 다소곳이 돋아나는 몇 포기 들꽃...

이것이 무엇인가?

이것이 무엇인가? 

 

 

   눈물   나호열

길에도 허방다리가 있고

나락도 있다고 하여

고개 숙이고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눈물은

꽃 지고 잎 지고 나서야

익을대로 익는 씨앗처럼

고개를 숙여야 숨을 죽였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다고

꿈에서나 배웠을까

 

문득 내가 한 자리에 멈추어 서 있을 때는

누군가 간절히 그리웁거나

서러웠을테지

 

가슴에서 퍼올린 눈물이

그 길로부터 하염없이 굴러 내려가

강물이 되기를

그리하여 회귀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기를

 

그러나 나의 눈물은

강물이 되지 못하고

호수가 되지 못하고

씨앗이 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을 뿐

 

그러나 키 큰 절망 앞에 고개를 드니

비로소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없는 사람 그 얼마나 많으냐

하늘이 없는 사람에게 돋지 않는 별이

손바닥 만한 내 하늘에 떠 있다

 

오래 전 잃어버렸던 눈물이

익을대로 익어

따뜻한 가슴으로 떨어질 듯 하다

 

                         2009년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눈물       도종환

마음 둘 데 없어 바라보는 하늘엔

떨어질 듯 깜빡이는 눈물같은 별이 몇 개

자다깨어 보채는 엄마없는 우리 아가

울다 잠든 속눈썹에 젖어있는 별이 몇 개

   

 

   눈물         문정희

네가 울고 있다

 

오랫동안 걸어 둔 빗장

스르르 열고

너는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다

 

네 작은 몸 속 어디에 숨어 있던

이 많은 강물

끝도 없이 흐르는 도끼 소리에

산의 어깨도 무너지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눈물         문인수

곤충채집을 할 때였다

물잠자리, 질앞잡이가 길을 내는 것이었다

그 길에 취해 가면 오 리 길 안쪽에

내 하나 고개 하나 있다

고개 아래 뻐꾹뻐꾹 마을이 나온다

그렇게 어느 날 장갓마을까지 간 적 있다

장갓마을엔 누님이

날 업어 키운 큰누님 시집살이하고 있었는데

삶은 강냉이랑 실컨 얻어먹고

집에 와서 으시대며 마구 자랑했다

전화도 없던 시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며

어머니한테 뭉당빗자루로 맞았다

다시는 그런 길

그리움이 내는 길 가보지 못했다

 

<홰치는 산> 만인사.1999년                  

           1964년 서독에서 육영수 여사

 

 

 

   눈물             오세영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짜아올린 집

그 안에 삶이 있다

굳이 피하지 마라 슬픔을

묵은 때를 씻기 위하여 걸레에

물기가 필요하듯

정신을 말갛게 닦기 위해선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마른 걸레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늘은 모처럼 방을 비우고 걸레로

구석구석 닦는다

내일은 우리들의 祝日 아닌가      

 

                           러브 스토리 (1970년)

 

                 

   눈물      이도윤(1957 - )

내 가슴에 살고 있는 물방울들이

점점 자라나 분가를 한다 누구는 머리를 풀어헤쳐 떠나고

누구는 벙어리 눈망울

누구는 욕설과 저주

누구는 지상에 안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정뱅이

누구는 날선 면도칼

누구는 한숨분

내 눈에서 그리 방울방울 떠나간다

갖가지 모습으로 내 안에 살고 있는 것들

그렇게 모두 눈물뿐이었다

네가 버리고

나를 버리는

눈물들

내 안에는 아직 얼마나 많은

물방울들이 살고 있나

 

 

     눈물       이해인

새로 돋아난 내 사랑의 풀숲에 맺히는 눈물

나를 속일 수 없는 한 다발의 정직한 꽃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간절한 빛깔로 기쁠때 슬플 때 피네

사무치도록 아파 와도 유순히 녹아 내리는 흰 꽃의 향기

눈물은 그대로 기도가 되네

뼛속으로 흐르는 음악이 되네

 

                피카소 ㅡ 마리 테레즈

 

    눈물           정진규

소설가 이청준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인데

나긋나긋하고 맛있게 들려준 이야기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아주 슬픈 이야기인데

그의 입술에는 끝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깊이 내 가슴을 적셨던 아흔 살 어머니

그의 어머니의 기억력에 대한 것이었는데

 

요즈음 말로 하자면 알츠 하이머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난 설날 고향으로 찾아뵈었더니

아들인 자신의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손님 오셨구마

우리집엔 빈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기시요잉 하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책을 나무라 하고

이불을 멍석이라 하는가 하면, 강아지를 송아지라고

큰며느님 더러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주로 사물들의 이름에서 그만 한없이 자유로워져 있으셨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사물들의 이름과 이름 사이에서는

아직 빈틈 같은 것이 행간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었는데

 

다시 살펴보니

이를테면 배가 고프다든지 춥다든지 졸립다든지 목이 마르다든지

가렵다든지 뜨겁다든지 쓰다든지 그런 몸의 말들은

아주 정확하게 쓰시더라는 것이었는데

 

아, 몸이 필요로 하는 말들에 이르러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몸에는 몸으로 갇혀 있으시더라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어떤 빈틈도 행간도 없는 완벽한 감옥이 있더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우리의 몸이 빚어내는 눈물처럼 완벽한 것이어서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었는데

 

그리곤 꼬박꼬박 조으시다가 아랫목에 조그맣게 웅크려 잠드신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자궁 속 태아의 모습이였더라는 것이었는데

 

 

 

   눈물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 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렸다

하루종일 재가 되고 났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뭐가 있을까? 하여

쇠꼬쟁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는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된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었던 사랑까지

한없이 하애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 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눈물 교회

    눈물          훨더린

천국의 사랑이여!  감미로운 것이여!  내 그대를

잊는다면, 숙명적인 것들인 그대들,

불길 같은 그대들, 이미 잿더미로 변하고 황폐해지고

고독해지고 만 그대들을 내 잊는다면.

 

사랑하는 섬들이여, 경이로운 세계의 눈들이여!

그대들 오로지 나에게만 마음 주고 관여하므로

그대들의 해안,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 참회하는 곳

그러나 사랑은 오로지 천국적인 것에 참회하노라

 

왜냐하면 너무도 헌신해서 너무도 감사하게

아름다움의 나날 가운데 그곳에서 성스러운 자들 봉인했고

또한 분노하는 영웅들 헌신했던 탓이다. 하여 많은

나무들 있었고 도시들도 한때 그곳에 서 있었노라

 

깊이 생각하는 사람처럼 선연하게, 이제 영웅들도

죽고 사람의 섬들도 일그러져 거의

모습을 잃었노라. 하여 사랑도 또한 속임당하고

영원히 도처에 가차없이 우둔한 일이 되어버렸도다

 

그러나 아직은 나의 눈빛 부드러운 눈물

다 쏟아버린 것은 아니도다. 내 고귀하게

죽게 할 하나의 회상 있어 아직도 여전히

너희들 미망의 것, 은밀스러운 것들이여

나를 살아남게 하도다

 

      화양연화 ㅡ 장만옥. 양조위

 

 

   눈물꽃          김문옥

달구지 구르는 소리에도

꽃잎이 질까

서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초이틀 초승달 같은 그대 눈썹에

바람이 일까

달무리 진 하늘만 쳐다보다

애당초 서럽던 사람

어머니 젖물 같은

고향 땅 강 언덕에

눈물꽃이라도 피우겠습니다

 

             김태희

  

                               피카소 ㅡ 우는 여인

 

                                                                                               

   눈물꽃        정호승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보리피리 불면 보리꽃 피고

까마귀 울어대면 감자꽃 피더니

봄은 가고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눈물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종다리 솟아 날면 장다리꽃 피고

눈물바람 불어대면 진달래꽃 피는데

눈물꽃 지고 나면 무슨 꽃 필까

눈물꽃은 모래꽃 남쪽 나라 꽃

눈물꽃 씨앗 하나 총 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 꽃

눈물꽃 씨앗 하나 총 맞아 죽어

봄이 가면 남쪽 나라 눈물꽃 피네

 

<흔들리지 않는 갈대>

 

 

 

   눈물부처          서정춘

비 내리네 이 저녁을

빈 깡통 두드리며

우리집 단칸방에 깡통 거지 앉아 있네

빗물소리 한없이 받아주는

눈물 거지 앉아 있네

 

<봄, 파르티잔> 시와 시학사. 2002년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이대흠

내가 없었을 때 세상은

짐승들의 것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도

세상은 짐승들의 것이었다

오래도록 세상은 젓갈처럼 깊어가고 나는

아무런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창조하지 않았고

한 나라를 이루지도 못했다

지네인 듯 발이 많은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처음보다

부피만 더 커진 몸뚱이로

나는 외길에 서 있다

 

(삽십여 년 세상의 빛이 되지 못했지만 내 몸을 만들 때

나의 부모는 그 누구에게도 하청을 주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따금 하자 보수를 해야 할 대도 있지만

나는 삼풍처럼 무너질 염려가 없다

어쩌다 천재지변이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껏 까딱없었고 향후 삼십 년은 튼튼하리라

내 몸 안을 방문 중인 무수한 세균들이여 안심하라

내 안의 보일러는 반영구적이며 온도 쎈서는 고장나지 않는다

이따금 그대 향한 내 마음 욕정의 물탱크실에서 고수위 경보가 울리고

그리움이 그치지 않고 흘러 넘치지만 내 몸안의 길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나의 오장육부를 쇼핑하는 자들아

그대들은 항상 따스한 곳에서 즐거이 양식을 구하리라

내 몸 안의 세균들이여 질병이여

내 몸 안의 소주여 사글셋방이여 빌딩들이여)

 

내 몸엔 탐진강이 흐르고 있으며

북한산과 용두봉이 둥지를 틀고 있다

나는 이미 한강의 일부이며 그 강은

나의 일부이다 나는 매일

이 땅의 산과 강으로 호흡한다

누구도 나의 미래를 커닝할 수 없고

살아 있다는 것으로 나는 얼마나

위대한가

 

 

     

   눈물에 대하여         김선태

사람 사는 일 아름다울 때 나 눈물 난다

슬프고 원통하고 때론 기뻐서 미처

몸둘 바 없을 때 나 눈물 보았지만

사람 사는 일 기막히게 아름다울 때

나 그냥 눈물 난다

삶의 땟국 두루 섞여 녹아 있는 눈물이

저 늙은 어미의 주름진 골짝을 맴돌아 떨어질 때

밖에서 서성이는 사랑은 주저없이 큰 삽을 들고 들어와

마음 속 가장 깊은 저수의 물꼬를 터뜨리고

더러움과 깨끗함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사는 일의 가장 낮은 데서 솟구쳐 오르는 눈물은

풀석이는 먼지의 내 몸을 흐렁흐렁 적신다

그때 모든 것들이 일시에 손 잡는 것이 보이고

가장 아름다운 세상 하나 눈 앞에 펼쳐진다

말없는 혁명처럼 마음의 남북통일처럼

아름다움은 세상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훌쩍 넘어가버리는 힘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빈손으로 넉넉하게 건너가는 일

건너가 그의 방에 그냥 벌렁 누워버리는 일

누워 함께 뒹둘며 노래 사랑해버리는 일이다

아, 사람 사는 일 아름다운 날의 강산이여

그 강산에 아침햇살 찬란하게 뛰노는 일이여

 

                           대장금

 

   눈물에 대하여       문태준

어디서 고부라져 있던 몸인지 모르겠다

골목을 돌아나오다 덜컥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이

목하 내 얼굴을 턱 아래까지 쓸어내리는 이 큰 손바닥

나는 나에게 너는 너에게

서로서로 차마 무슨 일을 했던가

시절 없이

점점 물렁물렁해져

오늘은 두서가 더 없다

더 좋은 내일이 있다는 말은 못하겠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가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며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물은 푸르다       최종천

눈물은 푸른 색을 띠고 있다

멍을 우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 눈의 막막함

약속의 허망함

우리는 지난 세월을 증오에 투자했다

거기서 나온 이익으로

쾌락을 늘리고

문득 혐오 속에서 누군가를 기억한다

 

너의 눈은 검고 깊었다. 그러나

그는 입맞춤으로 너의 눈을 퍼낸다

너는 다시 달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시와 시학사 2002년

 

 

   눈물을 위하여         고재종

저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 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보석 알갱이 마구 뿌려대며

저렇듯 구비구비 세월의 피를 흐르는

강물에 긴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가 그대 이윽고 강뚝에 우뚝 서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드는 그대의 두 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 끝 저 멀리로 눈 뜨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가 되고 싶다

 

 

 

    눈물을 흘리며            괴테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괴로움에 싸인 밤을 잠자리에서

울면서 새운 적이 없는 사람은

하늘의 힘을 모른다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어

불쌍한 자에게 죄를 짓게 하고

가책 속에서 괴로워하게 한다

죄는 이 세상에서 보복 받아야 하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니 뎁 

 

      눈물의 틈 ㅡ 생명의 노래          오철환

공기보다 가벼운 솔씨

절벽에 날아들면

민대머리 핵바위는 푸석푸석

몸이 갈라지고 가랭이 틈 벌어지고

 

매끄럽고 뾰족한 촉수를 들이밀면

분자와 분자 사이

그 불가능의 돌 사이가 벌어지고

바람 불고 싹이 트고

 

실뿌리

걸어 단단히 옭매어 걸어둔

절벽에 생명 하나

소나무 한 그루

 

솔가지 다 곰삭고 부러져도

남아있는 한 손으로

무거운 하늘을 한 자락 눈물로

떠받칩니다

 

 

      눈물의 환희        괴테

마르지 마라, 마르지 마라,

거룩한 사랑의 눈물이여!

아, 반이나 말라 버린 그 눈동자에는

세상이 얼마나 황량히 보이랴!

마르지 마라, 마르지 마라,

영원한 사랑의 눈물이여!

 

 

    눈물이 마르도록       신현정

눈물이 안 나온다고요

꼭 울어야 할 때에 눈물이 안 나온다고요 그럴 땐

새를 상상하세요

더 멀리 날으는 새를 상상하세요

악어를 상상하세요

그래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버지를 상상하세요

그래도 그래도 나오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세요

 

<현대시>2006년 10월호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테니슨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뜻도 모를 눈물이

그 어떤 성스런 절망의 심연에서 나온 눈물이

가슴에 치밀어 눈에 고이네

복된 가을 바라보며

가버린 날들을 추억할 때에

 

저승에서 정다운 이들을 데려오는 돛폭에

반짝거리는 첫 햇살처럼 신선한,

수평선 아래로 사랑하는 이 전부 싣고 잠기는 돛폭을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빛살처럼 구슬픈,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신선한 가버린 날들

 

아아, 임종하는 눈망울에 창문이 부연

네모꼴로 되어 갈 무렵

어둑한 여름 새벽 잠 덜 깬 새들의

첫 울음 소리가 임종하는 귓가에 들려오듯,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낯선 가버린 날들

 

죽음 뒤에 키스의 추억처럼 애틋하고

임자가 따로 있는 입술에

가망없는 짝사랑이 꿈꾸는 키스처럼 달콤한,

사랑처럼, 첫사랑처럼 깊은,

온갖 회한으로 걷잡을 수 없는,

오 살아있는 죽음, 가버린 날들!

 

    

                 피카소 ㅡ 손수건을 가지고 우는 여인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김소월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당신이 하도 못 잊게 그리워서

그리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잊히지도 않는 그 사람은

아주나 내버린 것이 아닌데도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가뜩이나 설운 맘이

떠나지 못할 운에 떠난 것도 같아서

생각하면 눈물이 수르르 흘러납니다

 

                       카인과 아벨 ㅡ 한지민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 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 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 납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늘 거냐

 

나두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1930년 잡지 <시문학>

 

 

    모를 뽑아 버리다   정약용

벼 싹이 돋을 땐

옅은 초록에 짙은 노랑

비단과 같이

푸른빛이 드리워

아이를 사랑하듯

아침저녁 돌보고

보석처럼 소중히 여겨

보기만 해도 즐겁다오

 

머리를 산발한 여인이

논 가운데 주저 앉아

소리 내어 울면서

하늘 향해 울부짖네

못내 정을 끊고

그 벼 싹을 뽑아 버리니

한여름이언만

찬바람이 서글프네

 

무성한 우리 모를

내 손으로 뽑아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내 손으로 죽여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잡초처럼 내다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화톳불처럼 태워 버리다니

 

뽑아 묶어

웅덩이에 두었다가

혹 비라도 내리면

낮은 땅에 심어 볼까

내 자식이 셋인데

젖먹이도 있고 젖 뗀 애도 있네

그중 하나를 죽여서라도

이 어린 모 살린다면야

1810년 다산초당에 거처하던 시절의 시로 그해 가뭄으로 모를 옮겨 심지 못하여 농부들이 모를 뽑아 버렸는데

통곡하는 소리가 들판을 메웠다고 한다

 

 

     밤바다에서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절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 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별이 두 귀 가운데 장미빛 눈물을 흘렸다    랭보

별이 두 귀 가운데서 장밋빛 눈물을 흘렸다

 

별은, 그대의 귓속 깊은 곳에 떨어져, 장미빛으로 흐느껴 울고

그대의 목덜미로부터, 허리 있는 곳까지 무한은 그 흰 빛을 굴리고 있었다

바다는 그대의 따뜻한 젖가슴을, 진주빛으로 물들게 하고,

사내는 그대의 영묘한 옆구리에 검은 피를 흘렸다

            

 

 

  새로운 눈물        이승훈

새로운 눈물은

깊은 밤에 왔다

산을 넘어 왔다

불안을 이긴 밤에

문득 찾아왔다

새로운 눈물은

어느날 그립다는 말 속에

불타며 왔다

눈에 덮이 산과 함께

불 꺼진 밤과 함께

갑자기 왔다

새로운 눈물 속에

너는 작은 역이었고

너는 작은 새였고

너는 작은 바다였다

작은 바다 속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불안을 이긴 밤에

산너머 산너머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눈물은

나를 감싸고 가슴에

쾅쾅 못을 박았다

 

<당신의 방> 문학과 지성사.1986년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시를 읽고 두번째 방문했다   물론 해우소에도 일부러 방문했다   통곡은 필요없다                                 

             선암사는 내게 극락이 이런가 하는 꽃대궐로 기억된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살고싶다는 욕심 때문에

 

   섬에서 울다         원재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것인지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에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인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ㅇ나다

진실로 우는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은 바다보다도 크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그대 이제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조선상열지사 스캔들 ㅡ 전도연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노정연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送人              정지상

우헐장제초색다     雨歇長堤草色多

송군남포동비가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수하시진     大同江水何時盡

별루년년첨록파     別淚年年添綠波

7언 절구 한시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스무살의 시  에밀리 브론테(1818 - 1848)

내 가슴 속에 거짓이 들어 있었다면

가시밭 길이 내 앞에 놓이지 않았다네

이 마음이 제 쉼터를 잃지 않았으리

이 눈물이 흘러 내리지도않았으리

 

                                             뉴욕의 가을

 

   습관을 생각함        윤제림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다

가을이다

 

 

  아무런 까닭도 없이   문태준

돌담을 지나가고 있었다

귀뚜라미가 돌담 속에서 울고 있었다

구렁이가 살던 곳이라고 했다

돌담을 돌아도 돌담이 이어졌다

귀뚜라미가 따라오며 울었다

집으로 얼른 돌아와

목침을 베고 누웠다

빈방에 가만히 있었다

귀뚜라미가 따라와

목침 속에서 울었다

방이 어두워지자

밤이 밤의 뜻으로 깊어지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 까닭도 없이

                      베토벤 바이러스 2008년 9월 MBC드라마

 

  어머니의 강, 눈물         이영춘

밤마다 갈잎 부서지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상처난 심장의

여울물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니,

한 생애 온통 달빛 속이서더니

아직도 마른 한구석 눈물이 고여

그토록 많은 눈물 밤마다 길어 내십니까

늘, 가을날 잎새처럼 젖어

떨고 있는 어머니

이제 어머니의 날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깃털 빠진 상처뿐입니다

 

간밤에는 별이 지고

어머니 숨결처럼 고르지 못한 미풍이

문풍지를 흔들다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작은 가슴에

큰 불씨로 살아 계신 어머니,

깜박이는 등불 앞에

어머니의 실낱 같은 한 생애를

누군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자꾸 당기고 있습니다

 

저 창밖의 광활한 안개 속으로

 

어머니의 눈물 박목월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

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고

노려 보시는

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와락 울며 어머니께 용서를 빌면

꼭 껴안으시던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너무나 힘찬 당신의 포옹

 

바른 길

곧게 걸어 가리라

울며 뉘우치며 다짐했지만

또다시 당신을 울리게 하는

 

어머니 눈에

채찍보다 두려운 눈물

두 줄기 볼에 아롱지는

흔들리는 불빛

 

 

 

     언제인가 한 번은            오세영

우지마라 냇물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우지마라 바람이여

언제인가 한 번은 버리는 것이란다

계곡에 구르는 돌처럼,

마른 가지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삶이란 이렇듯 꿈꾸는 것

어차피 한 번은 헤어지는 길인데

슬픔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청솔 푸른 그늘 아래 누워서

소리없이 흐르는 흰 구름을 보아라

격정에 지쳐 우는 냇물도

어차피 한 번은 떠나는 것이란다

<벼랑의 꿈> 시와 시학사.1999년

      

 

 

     우는 것을 보았어요        바이런

우는 것을 보았어요

ㅡ 크게 반짝이는 눈물방울

그대 파란 눈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그때 나는 생각했어요

이슬에 젖은 제비꽃 그대로라고

당신이 웃는 것을 보았어요

ㅡ 사파이어 보석의 번쩍임도

당신 곁에서는 빛을 잃었어요

그대 눈길에 넘치는

살아서 번쩍이는 빛 앞에

보석빛도 견줄 것은 못 돼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친구야 너는 아니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친구야 봄비처럼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픈 내 맘 아니

향기 속에 숨겨진 내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걸 너는 아니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로 하시던 얘기가

자꾸 생각이 나는 날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너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마이 걸 ㅡ 이다해

                         

             통곡         유치환

어디서 들려오는 애끓는 저 통곡소리랴

한낮은 이렇게 화안히 밝고 빛나, 푸른 잎새며 잠자리며 뜬 구름이며 바다며

모두가 눈부신 햇빛의 향응에 참네하여,

그들의 있음과 목숨을 다같이 어울려져 즐기는데 ㅡ

아아 어디에서 어찌하여 자식 잃은 지어미의 지극한 애통 같은 통곡소리는 저렇게 자지러지게

들려온단 말이랴

바람결에 스치어, 어쩌면 신의 은총을 가장 도타이 누린다는 인류

그 인류의 뒤안에서 남몰래 숨어 우는 흐느낌 소리 같기도 하고

어쩌면 눈도 코도 없는 허무의 개만이 컹컹컹 울부르짖는 밤의 아득한 밑장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나니.

아아 한낮은 이렇게 화안히 광명에 넘쳐 있는 데 어디메서 뉘가 무슨 연유로

저렇게도 애달프게 울고 있는 소리랴

                        

                             <예루살렘의 닭>

 

 

     통곡  이상화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퍼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권상우

                        

   하프를 타는 사람(눈물)     괴테

눈물 흘리며 빵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슬픔 속에 며칠 밤을 잠자리에서

울며 지샌 적이 없는 사람은,

그대를 알지 못하리라, 그대 천상의 힘이여

 

그대는 우리를 세상에 보냈으며

불쌍한 우리에게 죄를 짓게 하였고

괴로움에 떨게 내버려두었도다

모든 죄가 이 세상에선 벌받아야 하기에

 

문간마다 살며시 다가와

조용하고 얌전히 나는 서 있으리

누군가 인자한 손을 내밀어 양식을 보태주면

나는 다음 지?로 가리

내 모습이 이렇게 그들 앞에 나타나면

제각기 자신을 행복하다 여기고

그들은 눈물 흘릴 것이나

나는 그들이 왜 우는지 알지 못하리라

                                                 로마 트레비 분수

 

 

  해가 지면 울고 싶다           문형렬

너는 알겠지

속도 모르고 해가 지면

왜, 강물은 반짝반짝하는지

기다리는 사랑은 또 얼마나 흘러가야 하는지

너는 알겠지

한 발 다가서면 더러움으로 흐르는 강도

멀리서는 저렇게 붉게 일렁여

한 생애를 지나가는 것을

더러움이 아름다움을 가릴 수 없는데도

붉은 노을이 지면

저 더러움도

스스로 빛나 우리 가슴으로 흐르는 것을

내가 너의 속을 알고

네가 내 속을 알아서

더러움과 아름다움,

그 말없는 하루의 길에 서서

해가 지면 끝없이 소리없이 울고 싶다

 

   혼자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조정권

나 일하던 공간 편집실 찾아온 오지호 화백

수염 모시고 사랑방으로 내려간다

저 수염, 광주사람들이 무등처럼 올려다보고 있는 수염

한자사랑책 한권 주시더니

그동안 유럽에서 서너달 계셨다 한다

'내가 광주에 있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요

그애들과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5월 17일에는 유럽 촌구석을 헤매고 계셨다는 것이다)

조 편집장, 이 사옥에

어디 혼자 들어가 통곡할 만한 큰 방 없소?

수염 부축하며 배웅해드렸다

하늘이 살려놓은 저녁해가 인사동 골목길에서 머리 쾅쾅 부딪고 있다

혼자 통곡할 수 있는 방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없다, 시인뿐이다

 

 

 

   황금여울          권대웅

네 눈 속 깊은 곳에

참고 있던 맑은 눈물이 흘러서

봄날 환한 햇빛 위를 날아가네

아 눈부셔라

수정처럼 투명한 네 눈물이 햇빛과 만나는

저 슬픔이 눈부셔

새들은 그 공중을 지나가다가

그만 눈이 멀어버렸네

 

 

   흐르는 내 눈물      하이네

흐르는 내 눈물은

꽃이 괴어 피어나고

내가 쉬는 한숨은

노래되어 울린다

 

그대 나를 사랑하면

온갖 꽃들을 보내 드리리

그대의 집 창가에서

노래하게 하리라 

 

                              장 동건

 

    흘려도 흐르지 않는 눈물              최정례

                                                 ㅡ삼강행실도를 읽다

왕부가 아버지 묘소에 시묘 살며 조석으로 잣나무를 붙잡고 우니

눈물이 젖어 잣나무가 시들었다

 

맹종의 어머니 병들어 겨울에 죽순을 먹고자 하여,

맹종이 대숲에 가서 우니 이윽고 죽순 몇 줄기 나므로

그것을 먹고 어머니 병 나으셨다

 

누백의 아버지 범에게 물려 죽자 누백이 가서 범을 잡아 배를 갈라 아버지의 살과 뼈를 내어

그릇에 담고, 범의 고기는 독에 담아 시냇물에 묻었다

누백이 아버지를 땅에 묻고 여막을 짓고 살았다

누백의 아버지 꿈에 나나타

"개암나무 헤치고 효자의 여막에 오니 감동하여 눈물 다함이 없구나

맑은 달과 맑은 바람 이를 다 아시는구나"라고 시를 읊었다

 

대밭에 가 울면 죽순을 돋게 하던,

잣나무를 붙잡고 울면 잣나무가 시들던, 눈물의 힘

범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헤치네

아버지 살과 뼈 어디 갔나

시를 읊던 아버지, 없네. 안 보이네

눈물 싱거워 이젠 힘 못 쓰네

보청기 써도 안 들린다던 아버지 못 일어나네

개암나무 헤치던 바람, 귀 막았네

달 힘 빠져 못 뜨네

나무 사이로 달 못 가고

범의 고기 다 떠내려가고

아버지 살과 뼈, 주워도 주워도 담기지 않네

흘려도 흘려도 흐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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