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정호승 시인

쓸쓸한 편지 - 정호승

by kimeunjoo 2009. 12. 2.



              쓸쓸한 편지 - 정호승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 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때 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 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 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 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 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