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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by kimeunjoo 200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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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글 / 이외수
        그대여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헐벗은 가로수들 다리를 절름거리며 떠나는 도시 결별한 사랑 끝에 날이 저물고 어디로 갈까 그대 상실한 젊음 황사바람에 펄럭거릴 때 홀연히 음악이 죽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생금가루 같은 햇빛 자욱하게 쏟아지는 어느 초 여름 낯선 골목의 아늑한 양옥집 장미 넝쿨 그림자 드리워진 담벼락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그대 진실로 그리운 사람에게 엽서를 쓸 때 예전에 못다한 말들이 되살아나서 돌아오라 돌아오라 망초꽃 수풀처럼 안타깝게 흔들리고 저 깊은 시간의 강물 가득 달빛이 부서질 때 이 세상 모든 이름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눈물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소망들이 노래가 된다지만 한밤중 먼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다리를 끌며 그대 홀로 불꺼진 방으로 들어설 때 문득 가을 숲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그대 허전한 발밑으로 우수수 빌어먹을 고독이 가랑잎처럼 떨어져 내릴 때 그래 그럴 때 온 세상 음악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바다도 적막하고 하늘도 적막하고 몸부림도 적막하고 통곡도 적막하고 적막한 시간속으로 부질없이 그대 허망한 인생만 떠내려 간다면 얼마나 슬플까 그대여...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 이 노래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냥 그냥 그냥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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