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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by kimeunjoo 2009. 6. 30.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나간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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