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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명상글

서산대사 시비

by kimeunjoo 2009. 6. 27.
  

        이 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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