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사랑에 침묵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마침내 빈 껍데기로 쳐지고 말 것이다
사랑은 침묵 속에서 여물어간다
그 대상이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간에
침묵 속에 떠오르는 그 모습을 기억하라
침묵은 세월의 체다
침묵 속에서 걸러지고 남은 알맹이만이 진짜다
한때 들뜬 마음으로 좋아했던
사람이나 물건도 세월이
저 침묵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알맹이와 껍질이 저절로 가려진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말이 필요치 않다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을 알아차린다
침묵 속에서 마주 바라보고
서로 귀 기울이고, 함께 느끼면서
존재의 잔잔한 기쁨을 나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마음에 따로
담아 두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비어 있어야 한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울리는
메아리를 함께 들을 수 있다
마음은 차곡차곡 채우는 것이 아니라
텅텅 비워야 한다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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