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전연희
순이나 옥이 같은 이름으로 너는 온다
그 흔한 레이스나 귀걸이 하나 없이
겨우내 빈 그 자리를
눈시울만 붉어 있다
어린 날 아지랑이 아른아른 돌아오면
사립문 열고 드는 흰옷 입은 이웃들이
이 봄사 편지를 들고
울 너머로 웃는다
―전연희(1947~ )
[가슴으로 읽는 시조] 진달래 / 정수자· 시조시인
진달래가 만산 가득 피었다.
먹는 꽃, 참꽃이라고 반기던 진달래는 그런 연유만으로도 우리 민족과 슬픔을 아는 꽃이었다.
물론 진달래 화전(花煎)으로 봄날의 꽃놀이를 채근할 만큼 풍류도 은근히 풍기는 꽃이다. 간혹은 술도 담그는 진한 꽃이다.
그런데도 진달래 꽃빛에서는 역사의 핏물 같은 것, 배고프던 시절의 눈물 같은 것이 먼저 배어 나온다.
그래서인지 '순이나 옥이 같은 이름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꽃이 진달래다. '그 흔한 레이스' 하나 없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진달래꽃은 늘 얼얼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그게 다 '사립문 열고 드는 흰옷 입은 이웃들이' 어른거리던 봄날의 기억 때문인가.
'이 봄사 편지를 들고 울 너머로 웃는' 이웃과 꽃놀이패라도 꾸려볼까.
힘들수록 쉬어가랬다고, 진달래에 잠시 취해 시름을 나누는 것도 좋으리. 그렇게 옛 동무들을 부르면 짧은 봄날도 조금은 더 쉬어가리.
진달래 / 조연현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먹은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진달래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언제까지 이 좋은 싯귀를 인용하면서 눈치를 봐야되나?
조연현, 김소월. 친일파라서 시를 좋아해도 친일파인가?
그래서 배고파서 진달래도 못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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