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에 관한 시 3편 --
오늘 밤 비 내리고 / 도종환
오늘 밤 비 내리고
몸 어디인가 소리없이 아프다
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
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
꽃 지고 세월 지면 또 무엇이 남으리
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봄비에게 / 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알아듣니?
늘 그리운 어릴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딱딱하고 삐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래며
감동할 줄 모르고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질여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 말 하는 너를
나는 조금씩 달래고 싶단다.
애,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고요한 노래가 되고 싶단다.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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