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그럴 수 없다 / 류시화
물 속을 들여다보면
물은 내게 무가 되라 한다
허공을 올려다보면
허공은 또 내게 무심이 되라 한다
허공을 나는 새는
그저 자취없음이 되라 한다
그러나 나는
무가 될 수 없다
무심이 될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나 내 흔적은 남고
그는 내게 피 없는 심장이 되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도둑처럼 밤중에 이슬을 밟고 와서
나더러 옷을 벗으라 하고
내 머리를 바치라 한다
나더러 나를 버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내게 물이 되라 하나
나는 불로서 타오르려 한다
그는 내게 미소가 되라 하지만
그러나 아직 내 안에 큰 울음이 넘쳐난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라 하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한다
내 안의 목소리 / 류시화
시간은 덧없다.
고대 힌두의 속담에 의할 것 같으면
시간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괴물이다.
덧없는 시간 속에서 삶은 흘러간다.
짧은 생의 많은 부분을 일상적인 일들이 차지해 버리고,
뚜렷이 비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크게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허무함이 나를 엄습한다.
짐승들은 밖의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인간은 자기 안에 있는 것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과연 삶의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가?
그것은 삶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고(苦),
저 고타마 싯달타가 알아차렸던 '두카'인가?
허무함 또는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됨의 부조리?
시간의 되돌릴 수 없음?
함정은 도처에 있다.
우리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것들.
그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삶의 길을 떠났던 한 여행자를 나는 알고 있다.
그는 그것을 '내면의 길'이라고 불렀다.
지도조차 없는 여행. 니르바나로의 여행.
두카 [dukkha] 슬픔, 고통, 불완전함,. '정신적인 고뇌'라는 뜻.불교에서 모든 존재의 참된 성질(본성).
四苦八苦 : 四苦[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
니르바나 [열반 涅槃, Nirvana] 불교에서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궁극적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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