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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by kimeunjoo 2011. 4. 24.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그럴 수 없다 / 류시화

 

물 속을 들여다보면

물은 내게 무가 되라 한다

허공을 올려다보면

허공은 또 내게 무심이 되라 한다

허공을 나는 새는

그저 자취없음이 되라 한다

 

그러나 나는

무가 될 수 없다

무심이 될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나 내 흔적은 남고

 

그는 내게 피 없는 심장이 되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도둑처럼 밤중에 이슬을 밟고 와서

나더러 옷을 벗으라 하고

내 머리를 바치라 한다

나더러 나를 버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내게 물이 되라 하나

나는 불로서 타오르려 한다

그는 내게 미소가 되라 하지만

그러나 아직 내 안에 큰 울음이 넘쳐난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라 하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한다

 

 

 

 

내 안의 목소리 / 류시화

 

시간은 덧없다.

고대 힌두의 속담에 의할 것 같으면

시간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괴물이다.

 

덧없는 시간 속에서 삶은 흘러간다.

짧은 생의 많은 부분을 일상적인 일들이 차지해 버리고,

뚜렷이 비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크게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허무함이 나를 엄습한다.

짐승들은 밖의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인간은 자기 안에 있는 것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과연 삶의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하는가?

그것은 삶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고(苦),

저 고타마 싯달타가 알아차렸던 '두카'인가?

허무함 또는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됨의 부조리?

시간의 되돌릴 수 없음?

 

함정은 도처에 있다.

우리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것들.

그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삶의 길을 떠났던 한 여행자를 나는 알고 있다.

그는 그것을 '내면의 길'이라고 불렀다.

지도조차 없는 여행. 니르바나로의 여행.

 

 

 

두카 [dukkha] 슬픔, 고통, 불완전함,. '정신적인 고뇌'라는 뜻.불교에서 모든 존재의 참된 성질(본성).

       四苦八苦 :  四苦[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

니르바나 [열반 涅槃, Nirvana] 불교에서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궁극적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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