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땅에서도 먹을 것을 찾아 헤매야만 하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봄이 더욱 더디게 온다.
옛 서양 사람들은 황량한 겨울 들판에 핀 작은 꽃에서 구세주의 모습을 찾았다.
그 꽃은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꽃을 ‘베로니카’(Veronica)라고 불렀다.
서양의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를 때,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드렸는데,
이 때 베로니카의 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졌다고 한다.
이 꽃을 유심히 보노라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모양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굳이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런 저런 생각 끝에 문득 금강경(金剛經)의 한 게송이 생각났다.
‘형체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지 말라
이는 잘못된 방법이니 결코 부처를 보지 못하리‘
생각이 그에 이르자 비로소 예수님의 얼굴이 보였다.
무엇이 닮았을까를 찾는 마음, 즉 형체로 보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비로소 이 꽃이 전하는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보게 된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큰개불알풀은 햇볕을 가장 많이 받는 비탈쪽에 핀다.)
이 꽃이 추운 겨울에 피는 지역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논이나 밭둑의 비탈에 피어서 햇볕을 최대한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이 꽃은 논이나 밭 한 가운데 철딱서니 없이 마구 자라는
여느 잡초들처럼 뽑혀 버려질 위험도 별로 없다.
이 꽃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가장 오랫동안 피고 지는 꽃이며
그 어느 꽃보다도 먼저 피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복숭아나 개의 불알을 닮았다는 큰개불알풀의 열매(우측))
이 꽃의 학명은 라틴어로 '베로니카의 복숭아‘(Veronica persica) 라는 뜻인데
종소명에 복숭아가 들어간 것은 이 꽃의 열매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열매가 일본 사람들에게는 개의 불알로 보였던지
일본의 식물도감에는 ‘큰개불알풀’(大犬の陰嚢)로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명도 ‘큰개불알풀’로 쓰고 있다.
광복 6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일본 이름을 번역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라도 지방에서는 이 꽃을 ‘봄까치’라고 불렀다.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여겼으니 봄까치는 곧 '좋은 봄소식'인 것이다.
서양식 학명 Veronica나 우리나라 고유의 이름 ‘봄까치’는
새 봄의 희망을 주는 이 꽃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다.
지금부터라도 느낌도 좋지 않은 남의 나라 이름을 쓰지 말고
더 좋은 우리말 이름, ‘봄까치’로 고쳐 부르면 좋겠다.
2010. 2. 22
개불알풀
왼쪽 위에 보이는 봄까치(큰개불알풀) 꽃에 비하면 개불알풀 꽃의 크기는 지름이 1/4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꽃의 색깔도 연분홍색에 가깝다. 마치 어미 닭이 병아리를 품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선개불알풀
꽃의 크기가 개불알풀과 비슷하거나 더 작다. 거의 좁쌀만한 크기이다.
선개불알풀의 꽃
선개불알풀의 꽃을 확대한 모습. 전체적으로 가늘고 짧은 털에 싸여있다.
물칭개나물
학명 'Veronica undulata'를 번역하면 '물개불알풀' 또는 '물봄까치'라고 할 수 있다. 봄까치 꽃과 꽃의 크기, 모양, 색깔이 거의 같다. 물가에서 흔히 자라서 물과 친하다는 뜻으로 '물칭개나물'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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