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by kimeunjoo 2011. 2. 19.
     
    우리는 한때 두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 류시화 
    우리는 한 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 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영원히 그렇게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 진 우리 그림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의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래 - 이외수   (0) 2011.02.21
특선시인선 -인터넷시집 2  (0) 2011.02.19
슬픈 그리움 - 이해인  (0) 2011.02.19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0) 2011.02.19
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0) 2011.02.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