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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인생 - 최영미

by kimeunjoo 2010. 6. 29.

 

 

                                   인생 -   최영미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 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 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인가
      더듬으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본다

 

      바퀴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아직도 못다 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운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오는데
      전선 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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