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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쏙독새에게 부치다 - 이영식

by kimeunjoo 201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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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간이우체국에서 시집을 부쳤네
등기도 속달도 아니요
야생화 그려진 우표 두 장 붙여
빨간 우편함에 밀어 넣었다네
내 시집이, 시집가는 곳은
해남 땅끝마을 후박나무가 있는 집
나무늘보 걸음처럼 느릿느릿
내 노래는 해거름 바닷가에 닿겠지
저 아무개 님은 첫날밤 옷고름 풀 듯
내 첫 시집을 펼칠 것인데
기다리던 안부, 알싸한 향기는 무슨
책갈피마다 생의 비린내만 진동할 테지
쏙독쏙독-
어둠 썰어놓는 쏙독새 울음소리와 함께
시의 행간을 더듬어갈 사람
그럴수록 내 노래는 속내를 감추고
후박나무 그늘 속으로 잦아들 것인데
애인아, 땅끝이라는 지상의 주소만큼
막막함 끝에 닿는 그리움이 어디 있으랴
별정우체국 먼지 낀 창가에 서서
내 가슴에도 꽃잎 우표 몇 장 눌러 붙이고
바닷가 사서함 어디쯤
쏙독새 울음 쪽으로 귀를 기울여보네
글/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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