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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사마귀와의 교미 혹 사랑론 - 김왕노

by kimeunjoo 2010. 5. 16.

 

 

fire21.gif 사마귀와의 교미 혹 사랑론

사마귀의 교미 알지
잡아 먹힐까봐 가까스로 다가간 수놈의 치열한 사랑
교미가 끝나고 잽싸게 달아나지 못하면
그대로 암사마귀의 먹이가 되는
머리가 아삭아삭 씹혀 먹히면서도
생명의 씨앗을 아득하게 쏟아 붓던 기억이
오르가슴으로 전율로 남아
꼬리가 다 먹힐 때까지 바르르 떨던
사마귀 그 사랑을
우리도 도시와 교미 중이지
도시란 암사마귀
교미기 끝나고 달아나지 못해 그 대가로
머리가 밑천이 아삭 아삭 씹혀 먹히는 중이지
어쩌면 자학의 일종일지 몰라도 난 즐기지
의식이 육신이 도시의 밥이 되는 과정을
이 엽기적 생활 방식을
우주인 같이 생긴 사마귀에게도 사랑이 있을까 여겼지만
그 절절한 사랑 앞에
염치없이 꼴리던 내 정신도 이제는 알지
밥이 되는 이 지루하고 몬도가네 식 도시의 먹성을
날마다 죽고 다시 태어나
날마다 도시와 교미하는 이 노복의 짧은 여정을
이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이라고
현대인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내 의식이 어떤 맛일까
도시에 찌든 내 육신은
종일 도시와 교미하다 허기진 옆구리에
갈비대가 들어난 내 건강상태는
건강을 증진한다고 보양식이라고 TV 홈쇼핑에서 본 그 음식물은
내 이 긴 섹스를 보장해 줄 수 있을까
난 도시와 교미하며 해체 중
도시의 몸속으로 아득하게 쏟아져간 내 하얀 정충들이
또 다시 나를 복제하여
내 지루한 이 생활패턴을 반복하며
세월의 긴 낭간을 먼 후일에도 지나가고 있을까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한 번쯤 자신이 아삭 아삭 잡아먹히는
극적인 순간을 한번 쯤 거쳐야 하는 것을
그것이 사랑이 향기를 머금는 계기라는 것을
하지만 이 도시와의 사랑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섹스로 온몸이 짓이겨지는
그러나 끝까지
소신으로 펼쳐보는 사마귀와 교미
혹 사랑론, 섹스론
글/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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