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의 향기/♣ 영상시

설야(雪夜) / 이외수

by kimeunjoo 2010. 2. 6.

          

         

         

         

         


                                설야(雪夜) / 이외수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눈이 내린다는 말 한 마디

              어디선가
              나귀등에 몽상의 봇짐을 싣고
              나그네 하나 떠나가는지
              방울소리
              들리는데
              창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함박눈만 쌓여라

              숨 죽인 새벽 두 시

              생각 나느니 그리운이여
              나는 무슨 이유로
              전생의 어느 호젓한 길섶에
              그대를 두고 떠나 왔던가

              오늘밤엔
              기다리며 기다리며
              간직해 둔 그대 말씀
              자욱한 눈송이로 내리는데

              이제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시를 쓰면
              울고 싶다는 말 한마디

              이미 세상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살아온 한 생애가 부질없구나

              하지만 이 시간 누구든 홀로
              깨어 있음으로 소중한 이여

              보라 그대 외롭고 그립다던 나날 속에
              저리도 자욱히 내리는 눈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하나
              그대 전생까지 닿아 있음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