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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푸른밤 / 나희덕

by kimeunjoo 2010. 1. 17.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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