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그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 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등
'♧ 문학의 향기 >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 백 - 시:용혜원 (0) | 2009.11.22 |
|---|---|
| 한가한 숨막힘 (0) | 2009.11.22 |
| 오래된 땅 (0) | 2009.11.22 |
| 말풍선 (0) | 2009.11.21 |
|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0) | 2009.1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