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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by kimeunjoo 2009. 11. 22.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그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 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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