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랑
오늘은 오랫만에 내리는
가을비가
쓸쓸하게도 구성지게 내립니다.
사랑은 자연이고
자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
찬란한 색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은은하게 풍기는
호흡은 마냥 아름답기만 합니다.
빗길 속에서
마구 쏟아지는 빗길 속에 서다.
몽롱해지는 삶의 종장이
저 빗길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빗길속에서
만나서 헤어지고
빗길 속에서
헤어지고 만나며
빗길 속에서
부르며 대답하고
빗길 속에서
대답하고 부르며
빗길 속에서
약속하며 어긋나고
빗길 속에서
어긋나면서 약속하고
어허,
빗길 속에서
사랑하며 미워하고
빗길 속에서
미워하면서 사랑하고
빗길 속에서
선과 악이 바뀌고
빗길 속에서
내일을 위한 설계도가 꾸며지며 흐려지며
빗길 속에서
꿈이 무너지고 이루어지며
빗길 속에서
이루어진 꿈이 무너지고
역시
빗길 속에서
사무쳐 복통하고 몸부림치며
빗길 속에서
마시고 엎지르며
빗길 속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져 누운
취객이
넓은 하늘을 잡아 보며
한숨을 쉬는 구먼-
아-
빗길 속에서
구름은 뿌옇게 가라 앉고
어제 오늘 다못한 일들을 멈춘 채
그냥 마구 쏟아지는 빗길 속에 서다.
몽롱해 지는 삶의 종장이
저 빗길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어느 한나절
몹시도 퍼붓는 가을비에 젖어
외롭게 살던일이
열다섯해 지난 글을
지금
이렇게 중얼 거리고 있읍니다.
사랑하는 나의 청랑
[ 제목 지은이 모름 / 1982년도 메모노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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