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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영상시

11월의 노래 - 김용택

by kimeunjoo 2013. 11. 2.

 

 

 

 

 

 

             

 

 

 

 

  

바람 부는 가을숲으로 가자 ...이해인

 


젊은 날 사랑의 뜨거움이
불볕 더위의 여름과 같을까.

여름 속에 가만히 실눈 뜨고
나를 내려다보던
가을이 속삭인다.

불볕처럼 타오르던 사랑도
끝내는 서늘하고 담담한
바람이 되어야 한다고

눈먼 열정에서 풀려나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고,

욕심을 버려야 참으로 맑고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어서 바람부는 가을숲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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