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노래...이상국 깃털처럼 부드러운 어스름을 앞세우고 어둠은 갯가의 조수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딸네집 갔다오는 친정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벌레와 새들은 그 속의 어디론가 몸을 감추고 사람들도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고 집으로 돌아가며 하늘에는 별이 뜨고 아이들이 공을 튀기며 돌아오는 골목길 어디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돌아다보기도 하지만 나는 이내 그것이 내가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안다 나는 날마다 저녁을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는 누구나 건달처럼 우쭐거리거나 쓸쓸함도 힘이 되므로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거리의 불빛을 기웃거리다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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